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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휴가지는 더 비싼데… 왜 강릉만”

입력 | 2006-07-25 16:19:00


‘강릉 찾은 피서객 폭우·바가지에 두 번 울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지난 18일 동아닷컴에 보도된 뒤 인터넷이 ‘휴가지 바가지요금’ 논란에 휩싸였다.

▶ [현장르포]강릉 찾은 피서객 폭우·바가지에 두번 울다

많은 누리꾼들은 지난 15일 폭우시 강릉의 ‘바가지요금’은 잘못됐다며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강릉시청 공무원과 숙박업소 관계자들은 “휴가철에 그 정도 받는 게 어째서 바가지요금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부 강릉 주민들은 “휴가지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다 외지인들이다. 마치 강릉 주민이 바가지를 씌운 것처럼 욕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여관방은 하루 10~15만원, 민박은 13만원”

지난 15일 폭우에 도로가 끊겨 상경하지 못하고 강릉에 머물렀다는 ID ‘하늘동감’은 20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날 밤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모텔의 방 두개 값이 24만 원 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모텔 주인에게 ‘폭우 때문에 도로가 끊겨 서울로 가다가 돌아왔다. 조금 싸게 해줄 수 없느냐’고 사정했지만, 주인은 ‘댁 같은 분들이 오늘밤 수천 명은 될 거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 묵으려면 묵고 아니면 가라’는 식으로 매몰차게 응대했다”고 탄식했다.

그는 결국 모텔을 나와 경포대 근처 민박집을 찾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밖에 3만원이라고 적어놓고서도 방 하나에 7만원을 요구했다. 이튿날 인근 횟집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무려 5만4000원을 지불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글은 나흘 만에 17만 명의 누리꾼들이 읽었고, 600여명이 “물난리 때문에 집에도 못간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울 수 있느냐”며 옹호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ID ‘깡이’는 “이불 딸랑 하나 있는 민박집에서 7만 원을 주고 잤다”고 했고, ‘회전의자’는 “모텔 방이 12만 원이면 차라리 낫다. 화장실과 세면대가 방 밖에 있고 냉방시설도 없는 민박집이 하룻밤에 13만 원 이었다”고 비난했다.

‘johnnyboy’도 “숙박업소들이 바가지를 씌우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여관들이 10만 원에서 15만 원 달라고 해서 어쩔 수없이 애들하고 차에서 잤다”고 분노했다.

폭우 당일 강릉에 있었다는 한 피서객은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바가지요금에 당한 울분을 대신 얘기해줘서 속이 시원했다”고 했고, 또 다른 피서객은 “이 기회에 휴가철 피서지의 ‘바가지요금’을 뿌리 뽑자”고 주장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 상승은 당연”

반면 ‘바가지요금’을 두둔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ID ‘우깡’은 “물건은 없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상식”이라며 “바가지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폭우’도 “바가지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한철 영업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도 안 받고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외 “강원도만 바가지 씌우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도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타락천사’)는 의견도 많았다.

“일부 상인들 때문에 강원도민 전체가 비난받아 안타깝다”는 주장도 있었다.

ID ‘내가누구게’는 “강원도 특히 경포대, 주문진, 속초, 망상 등 해안 지방은 솔직히 바가지를 씌운다”며 “하지만 부당하게 이득을 보며 장사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 사람들이지 진짜 강릉 본토 배기들은 양심 없이 장사 안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강릉에 사는 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도 “동해안에서 바가지요금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원도 사람들이 아니다. 타지 사람들이 휴가철이면 바가지를 씌워 돈을 챙긴다”며 “그들 때문에 동해안 사람들이 동급으로 욕먹는 것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강릉시청 공무원 “다른 휴가지는 더 비싼데… 왜 강릉만”

강릉시청 공무원과 숙박업소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통해 ‘바가지요금’에 대해 해명했다.

강릉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한다는 한 사람은 “휴가철 바가지요금은 어느 지역에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일에는 평균 30만 원, 주말에는 15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며 “수익구조상 한 해 매출의 절반을 여름 휴가철에 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날은 주말요금을 받아야 한다. 그 정도 방값이 왜 바가지냐”며 “관광지 숙박요금 중 그보다 더 싼 곳이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강변했다.

강릉시청 관계자는 “서해안 대천해수욕장의 숙박업소 두 곳을 조사해봤다”며 “그날 강릉의 숙박요금이 왜 바가지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천해수욕장의 한 모텔의 경우 21일부터 2박 숙박 요금은 18~20만원, 28일부터 2박은 28만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모텔은 21일부터 2박 요금은 22만원(온돌), 28일부터는 3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휴가철 다른 지역과 비교해 강릉의 숙박요금은 절대 비싸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