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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승부차기 징크스’에 또 눈물

입력 | 2006-07-02 01:03:00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8강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4회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잉글랜드는 2일 오전(한국시간) 겔젠키르헨 헤르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자줏빛군단’ 포르투갈과의 8강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잉글랜드는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을 득점 없이 끝낸 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만 승부차기로 3번의 패배를 당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4강에서는 독일에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 패배를 기록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04의 악몽이 반복되는 아픔도 겪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04 8강에서 포르투갈에 승부차기에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이날 잉글랜드는 2년만에 설욕의 기회를 얻었지만 다시 한 번 포르투갈의 벽을 넘지 못해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

반면 잉글랜드에 승리한 포르투갈은 4강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룩했다.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이후 40년만에 4강 진출. 포르투갈은 브라질에 승리한 프랑스와 6일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포르투갈의 스콜라리 감독은 월드컵 12연승의 대기록을 이어갔다. 스콜라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끌고 7승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번 대회에서는 포르투갈 감독으로 5연승을 기록중이다.

유로 2004에서 포르투갈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히카르두는 이날 경기에서도 신들린 방어로 포르투갈의 승리를 견인, 잉글랜드에 또다시 ‘승부차기 징크스’를 안겼다.

전반전은 치열한 중원싸움이었다.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두 팀이기 때문에 허리싸움에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던 것. 포르투갈은 세밀한 패스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갔고 잉글랜드는 강한 체력과 미드필더들의 개인기를 앞세워 포르투갈을 압박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9분과 18분 호날두가 날카로운 슛을 날렸지만 득점에 실패했고, 잉글랜드는 8분과 44분 웨인 루니와 프랭크 램퍼드의 중거리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팽팽하던 경기는 후반 17분부터 포르투갈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진행됐다.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가 넘어진 상대 선수를 밟아 퇴장을 당한 것.



수적 열세에 놓인 잉글랜드는 수비라인에 많은 선수를 배치하는 소극적인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프리킥의 마술사 베컴마저 부상으로 교체돼 확실한 공격옵션인 세트피스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포르투갈도 힘든 경기를 펼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명이 많은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맹공을 퍼부었지만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돼 잉글랜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슈팅수에서 20대 9로 앞섰지만 마지막까지 잉글랜드의 수비벽을 뚫지 못해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도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1번키커 시망이 골을 성공한 포르투갈은 골키퍼 히카르두가 잉글랜드 1번키커 램퍼드의 슛을 막아내 기선을 제압했다.

그렇지만 포르투갈 2, 3번키커 비아나와 프티가 골을 넣지 못한 사이 잉글랜드는 2번키커 하그리브스의 득점으로 1-1로 균형을 맞췄다. 잉글랜드는 3번키커 스티븐 제라드가 역전 기회를 잡았지만 또다시 히카르두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포르투갈은 4번키커 페헤이라가 골을 성공시켜 리드를 되찾았고, 히카르두가 캐러거의 킥을 막은 뒤 5번키커 호날두가 마무리골을 터뜨려 2시간 넘게 이어진 혈투를 승리로 장식했다.

잉글랜드로서는 웨인 루니의 퇴장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중반을 넘어서며 체력에서 우위를 보였기 때문에 루니가 있었다면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루니의 퇴장으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뛰어난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경험 부족과 다혈질적인 성격을 드러낸 루니는 베컴이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퇴장을 당한 뒤 받았던 언론과 팬들의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잉글랜드의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는 경기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잉글랜드는 패했지만 하그리브스는 강한 체력, 터프한 수비,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이며 잉글랜드의 공격과 수비를 주도했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조철영 동아닷컴 기자 ch2y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