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습니다”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1일 새벽 대전 서구 둔산동 선거 사무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근소한 차로 당선이 유력해지자 기뻐하고 있다(위). 무소속 김태환 제주지사 후보가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대전=안철민 기자·제주=박경모 기자
충청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두드러진 데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약발’이 떨어진 듯했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우위를 보였던 충남북 광역단체장에 이어 선거 직전까지 열세였던 대전시장까지 승리가 유력해졌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선거는 세 지역이 제각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박근혜의 승리?=열린우리당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는 선거 초반에는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45%의 지지율을 보이며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박 후보는 5월 23일 실시한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14.4%포인트를 염 후보에게 뒤졌다.
그러나 유세 도중 테러를 당한 한나라당 박 대표가 병원에서 “대전은요?”라며 대전시장 선거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박 대표가 선거를 이틀 앞둔 29일 퇴원하자마자 대전으로 직행하면서 대전 지역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염 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둘러싼 논란 와중에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바 있다.
31일 오후 6시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는 일단 박 후보가 염 후보를 2∼2.2%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개표가 진행되면서 두 후보는 피 말리는 ‘계가(計家)’ 싸움을 벌였다. 초반 개표 결과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오후 8시 20분 유성구 노은동 노은초등학교 유성구 개표소에서 부재자 투표가 집계되면서 박 후보가 5%포인트 차로 앞서 가자 염 후보 측은 “이럴 수가…”라고 말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후 8시 40분 개표율 8%대에 이를 때까지 박 후보는 3.8%포인트 차로 염 후보를 따돌렸다.
박 후보 측의 기쁨도 한순간, 염 후보는 오후 9시 35분경 박 후보를 바짝 쫓았고 두 후보의 차는 1.8%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러더니 10분 뒤 염 후보 측이 “와, 역전이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덕구 개표소에서 처음 집계한 부재자 투표에서 43.7% 대 38.7%로 염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른 것.
이 순간도 오래가지 못했다. 오후 9시 50분 대덕구 투표소에서 부재자 투표 집계가 끝나자 박 후보가 46표 차로 염 후보를 다시 눌렀고 오후 10시가 넘어 개표율 17%대에 이르자 박 후보와 염 후보의 득표율 차는 3.3%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이후 두 후보의 격차는 4.5%까지 더 벌어졌다가 다시 3.2%로 좁혀지는 등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초박빙의 접전을 벌였다.
1996년 총선에서 대전 서을 지역에 출마해 출구조사에서는 이기고도 최종 개표 결과에서 패배했던 염 후보 측은 “투표함을 모두 열어봐야 안다”며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대전시장 선거를 놓고 초박빙의 접전이 벌어졌지만 5개 구청장 선거에선 일찌감치 한나라당 후보들이 우위를 지켰다. 2004년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이 대전의 지역구 6곳을 독식했었다.
▽그래도 복잡한 충청권=한나라당은 충남지사와 충북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3파전으로 치러진 충남지사 선거에선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가 40%대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반면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의 열린우리당 오영교 충남지사 후보는 국민중심당 이명수 후보에게도 밀렸다.
충북지사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정무부지사 출신의 열린우리당 한범덕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기초단체장 선거 양상은 또 달랐다. 충남에선 1일 0시 현재 국민중심당이 공주시 금산군 논산시 청양군 등 6곳에서 1위를 달렸다. 한나라당은 천안시와 부여군 등 6곳에서 승리를 굳혔고, 열린우리당은 서천군과 태안군 등 4곳에서 승리하는 등 세 정당이 혼전 양상을 보였다.
충북에선 음성군과 괴산군 증평군 등 3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해 눈길을 끌었다. 보은군 영동군 진천군 등 3, 4곳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1위를 달렸다. 한나라당은 전반적으로 높은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공천 잡음 탓인지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청원군 등 4, 5곳에서만 우위를 지켰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대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