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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Chinese art’… 중국미술 바람 언제까지 불까

입력 | 2006-05-24 03:03:00

위부터 ‘정치적 팝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왕광이의 ‘대비판-워홀’, 인기작가 장샤오강의 작품, 주톄하이의 ‘비너스와 큐피드’. 사진 제공 아라리오 서울, 표화랑, pkm갤러리


얼핏 보면 선전선동 포스터 같다. 붉은색 배경에 주먹을 불끈 쥐거나, 칼과 총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 그런데 그림 위쪽에 ‘ART AND PEOPLE’ ‘WARHOL(앤디 워홀)’ ‘BEUYS(요제프 보이스)’라는 영어 단어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요즘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 서울 갤러리에 가면 볼 수 있는 왕광이의 ‘대비판(大批判)’ 시리즈의 작품들이다.

서울 여의도 굿모닝 신한증권 1층 로비에서는 6월 14일까지 표화랑의 ‘한중현대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억5000만 원에 작품이 판매돼 주목받은 화가 장 샤오강을 비롯해 웨민준, 지다춘 등의 판화와 그림을 전시 중이다.

중국 현대미술이 몰려오고 있다. 국제비엔날레와 아트페어, 경매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중국의 현대작가들이 국내 미술시장에도 상륙하고 있는 것. 서울 화동 pkm갤러리는 6월 8일∼7월 5일 주톄하이, 정판지, 리우웨이 등 여섯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Contemporary China’전을, 이화익 갤러리는 31일까지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중국 출신 루샤오팡의 신작전을 연다. 갤러리 아트사이드는 6월 저춘야, 리우웨이 2인전, 11월에 장샤오강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갤러리 인에서는 쩡하오전이, 학고재에서 자유푸전 등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주요 화랑에서 중국의 블루칩 작가들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살펴볼 기회로 평가된다. 더불어 미술계 일각에서는 화랑들의 과열된 관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화랑의 ‘활약’ 덕에 중국 미술품의 가격만 크게 뛰었다는 것. 베이징에 표화랑을 개관한 표미선 대표는 “갑자기 온 화랑들이 나서 중국 작가들과 접촉하는 바람에 힘이 들어서 일을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사실 중국 미술의 저력과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는 의견의 여지가 없으나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아라리오 갤러리의 김창일 회장은 “중국 현대 미술의 역사는 짧지만 독창성이 강하고, 에너지와 힘이 있다”며 “세계적 컬렉터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작품을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류석우 ‘미술시대’ 주간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이 부상하는 것은 현실인 만큼 무시할 순 없지만 작품 자체가 한국 미술을 능가하거나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현대미술이 뜨고 있지만 향후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 미술에 꾸준히 관심을 쏟아온 갤러리 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는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만큼 수요가 많고 시장이 형성돼 있음을 뜻한다”며 “화교의 자본력이 각국에 퍼져 있고 중국이란 나라의 비전과 후광이 있는 만큼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미술계 인사는 “작품의 밀도가 떨어지는 데 비해 가격은 너무 비싸다”며 “국내 화랑들은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가 투자만큼 수익을 못 건질 확률도 크다는 것. 서구에서 중국이 하나의 화두인 것은 분명하다. 문화의 중심이 서구 일변도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 옮겨지는 것도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듯이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열풍을 활용해 한국의 현대미술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화랑들끼리 경쟁만 하지 말고 치밀한 공조와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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