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이 경기는 지상파 TV와 인터넷으로 동시에 중계됐는데 TV(140만 명)보다 인터넷으로 본 사람(160만 명)이 더 많았다.
그동안 인터넷 방송은 화질이 떨어지고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 서버가 다운되는 등 불안정해 TV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대용량의 정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해 주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서비스가 그 핵심 기술이다.
○1999년 美서 처음 상용화
CDN은 프로그램 공급자의 서버에 들어 있는 동영상, 방송, 음악 등의 콘텐츠 가운데 용량이 크거나 사용 횟수가 많은 것을 여러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서버에 미리 저장해 뒀다 공급하는 기술이다.
인터넷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미국 아카마이사(社)가 1999년 처음 상용화했다.
인터넷 연결망의 주요 지점마다 ISP 서버를 만들어 두고 주요 콘텐츠를 똑같이 저장했다가 주변의 이용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도로가 1개뿐일 때 예상되는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개의 도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과 같다.
○인터넷 포털-운동경기 중계 등 활용분야 다양
CDN은 인터넷 포털이나 교육 사이트의 동영상, 운동경기 중계는 물론 쇼핑몰, 은행 사이트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된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모델하우스 인터넷 동영상 공개,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도 모두 CDN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다.
각종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음악 등 인터넷에서 활용되는 파일의 크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CDN의 활용 분야는 계속 넓어질 전망이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매년 한국의 인터넷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75%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영화 스포츠 뉴스 등의 인터넷 고선명(HD) 동영상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3차원 그래픽 중심의 온라인 게임도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과외 등 교육 관련 동영상 서비스가 급증하는 것도 CDN 서비스의 급성장 배경이다.
씨디네트웍스 GS네오텍 효성텔레서비스 등 국내 CDN 서비스 업체들은 지난해 390억 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올해 530억 원, 내년엔 67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 게임업체 넥슨은 이용자가 갑자기 늘어나면 메인 서버에 집중된 데이터를 주변의 서버에 분산시키는 ‘둠바스’라는 기술을 개발해 롤플레잉 게임(RPG)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좀 더 빠른 정보 처리가 필요한 액션 게임 등에서는 데이터가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 컴퓨터 사이에서 직접 오고 가는 개인 간 파일 공유(P2P) 기술이 이용된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엠플레이는 P2P 과정에 한쪽 당사자가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변형할 수 없도록 해 정보 처리 과정의 안정성을 높인 ‘하이브리드 P2P’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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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