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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공감]경북 영주 골동품 경매장터

입력 | 2006-04-04 03:06:00

2일 경북 영주 ‘민속품 경매장’에서 사회자가 놋쇠 화로를 경매에 부치고 있다. 이 화로는 이날 최고가인 14만 원에 팔렸다. 영주=서정보 기자


《“70∼80년 전 황해도 해주 가마에서 만든 자기 항아리입니다. 약간 수리한 흔적이 있네여. 출발가는 1만 원.”

2일 오후 2시 경북 영주시 가흥동 수능길 변의 100평 남짓한 창고. 50여 명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항아리를 쳐다봤다. 누군가 검지를 들어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한다. 더는 입찰자가 나서지 않는다. 사회자가 아쉬운 목소리로 외친다. “마지막 카운트입니다. 하나 둘 셋… 1만 원에 낙찰!”

입찰자가 즉석에서 물건을 건네받고 1만 원을 주면 거래 끝.

이곳은 지난해 여름부터 열리기 시작한 골동품 경매장터. 입소문을 타고 요즘 골동품 민속품 수집가들의 발길을 잡아당기는 곳이다. 이대희 씨 등 영주 지역 골동품 가게 주인들이 지난해 8월 사료 창고를 임대해 문을 연 이 경매장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경매가 열린다. 10여 명의 수집상이 전국을 돌며 모은 골동품 민속품 등을 직접 경매 방식으로 판다.》

아마추어 수집가는 물론 서울 종로구 인사동 등지의 골동품 가게와 거래하는 중간도매상들까지 찾아오면서 최근엔 150∼200명이 모이지만 이날은 꽃샘추위가 닥친 탓인지 다소 한산했다. 물건 값은 보통 1만∼2만 원부터 출발해 많이 올라가야 3만∼4만 원에 그친다.

경매는 빠른 스피드로 진행됐다. 기름종지 등 토기 5점이 1만 원으로 시작했으나 입찰이 없자 덤으로 토기 2개를 더 끼워 준 뒤에야 입찰이 붙는다. 문양이 화려한 옥돌 베개가 나오자 물건이 되겠다 싶었는지 계속 1000원씩 올라가며 3만5000원까지 도달했다. 한 입찰자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예 4만 원을 부른다. 경쟁자가 포기하면서 4만 원에 낙찰.

당초문이 들어간 자기 술병 두 점이 경매대에 오른다. 사회자가 고려시대 것이며 수리가 됐다고 설명한 뒤 2만 원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다들 ‘진짜 고려시대 것 맞아’ 하는 눈길로 고개만 갸웃댈 뿐 아무도 입찰하지 않는다. 결국 유찰.

“골동품의 경우엔 아는 범위 내에서 대략 설명은 해줍니다. 물론 틀릴 수도 있고 좋은 물건 놓치고 지나갈 때도 있죠. 자기는 일제 때 해주 자기가 가장 많고 고려, 조선시대 것이 나오는데 수리한 것이 많아 비싼 값을 받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가끔 횡재할 수도 있죠. 한 중간상이 1만 원에 산 그림이 실제 100만 원이 넘는 것이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이대희 씨)

이날 최고가 낙찰 물품은 지름 30cm가량의 놋쇠 화로로 14만 원에 팔렸다.

중간도매상인 안홍규 씨는 “매번 40만∼50만 원어치씩 사서 옥션을 통해 판다”며 “이곳 물건이 워낙 싸서 수익이 짭짤하다”고 말했다.

골동품과 민속품만 나오는 건 아니다. 일상생활 용품도 종종 선보인다. 1988년부터 93년까지 동아일보 정치면 주요 기사를 스크랩한 자료(2만 원), 줄 없는 바이올린(6000원), 장난감 소방차 등 장난감 차 3개(1만 원), 심지어 공중전화(5000원)도 이날 경매에 나와 팔렸다.

오후 5시. 총 100여 개의 물건을 다 선보인 뒤 경매가 마감됐다.

총판매가는 160만 원 선. 물건은 많지만 가격이 워낙 싼 탓이다. 다른 때는 하루 거래액이 400만∼500만 원에 이른다는 것.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가끔 이곳을 찾는다는 권경준(64) 씨는 이날 왕골과 삼이 섞인 망태기를 샀다. 권 씨는 “옛 생각이 나서 샀다”며 “꼭 사겠다는 것보다 도자기나 그림을 보면서 안목도 키우고 경매하는 재미도 느끼기 위해서 온다”고 말했다.

영주=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