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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대로 둘 것인가]③특혜성 연금 더는 없다

입력 | 2006-03-25 03:00:00


《“공무원은 회사원처럼 구조조정으로 쫓겨나지도 않으면서 봉급은 많고, 사회적 지위도 탄탄한데 연금까지 많이 받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샐러리맨들의 후생연금 혜택을 줄이려면 공무원들의 연금 특혜부터 없애야 됩니다.” 일본 도쿄(東京) 중심부 지요다(千代田)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경리 일을 하고 있는 사토루 마쓰코(緖方松子·34·여) 씨는 연금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사토루 씨는 “의원연금의 혜택을 깎는 법안이 통과됐다는데 이참에 공제연금(일본의 공무원연금)을 회사원들이 가입하는 후생연금과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의 공무원연금 문제는 한국 상황과 공통점이 많다. 일반 연금에 비해 혜택이 많은 데다 연금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고 일반 근로자의 불만이 크다는 점 등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공무원연금 등 이른바 특수직 연금에 대한 수술을 연금 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 공무원연금 개혁 바람 거세

유럽 각국에서는 요즘 국민연금 못지않게 공무원연금 개혁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는 2003년 전기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연금을 국민연금(일반 연금)에 편입시켰다. 공무원연금도 각종 특혜를 점진적으로 없애 2020년까지 국민연금에 통합해 나가기로 했다.

프랑스 민주노동동맹의 연금담당자인 알랭 프티장 씨는 “일반 국민은 거의 평생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데 공무원은 퇴직 전 달의 봉급이 기준”이라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급여가 비슷해졌기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연금 특혜도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무원연금의 급여 기준은 퇴직 전 3년간 소득의 평균금액이고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전체 소득의 평균금액이다.

일본 정부도 공제연금과 회사원 자영업자들이 가입해 있는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연금국의 오니시 도모히로(大西友弘) 과장보좌는 “공무원 교사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데 대해 국민의 불만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정부도 2007년에 이를 해소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스위스는 통합 대신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독일 정부는 2004년부터 공무원연금 급여 수준을 퇴직 직전 월급의 75%에서 67%로 대폭 깎았다. 물론 공무원들의 저항이 거셌지만 당시 슈뢰더 정부는 대(對)국민 설득을 통해 공무원들을 압박했다.

스위스도 지난해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공무원의 연금은 현재보다 5% 이상 덜 받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독일 브레멘대 부설연구소인 사회정책중앙연구소 빈프리트 슈묄 교수는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국민연금 개혁 방식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도 이 방식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 형평성 문제 제기

독일 베를린 주 소방관으로 2003년까지 38년 동안 근무했던 페터 바인홀트(61) 씨는 은퇴 후 매달 2200 유로(약 253만 원)를 연금으로 받고 있다.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독일공적연금이 국민에게 1인당 평균 807유로(약 92만8000원)씩 매달 지급되는 것과 비교하면 무려 2.7배나 많은 금액이다.

에디스 괴체(72·여) 씨는 42년 동안 화학약품 도매상으로 근무해 매달 600∼800유로(약 69만∼92만 원)를 연금으로 받고 있다. 공무원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그는 “다 같은 국민인데 공무원 출신은 오페라를 한 달에 두 번 관람하고 1년에 몇 차례 휴가 갈 정도의 돈을 받고, 누구는 겨우 생활만 할 정도인 게 말이 되느냐”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 공무원은 강하게 반발

센 강변에 자리 잡은 프랑스 파리 리옹 역. 테제베(TGV)를 비롯해 다양한 열차가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로 잇따라 출발하는 곳이다.

파리 시민인 니콜라 아누 씨는 1995년 4월 3일의 이곳에 대해 “모든 열차가 멈춰 프랑스 교통이 마비됐다”고 회고했다.

알랭 쥐페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한 철도노조 등이 대규모 파업을 벌였고 이 여파로 쥐페 총리는 정권을 잃었다.

이에 따라 2003년 연금 개혁 때도 철도연금은 손도 못 댔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을 개혁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러나 국민 사이에서는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도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에서 트라이부르크 주의 지방경찰공무원 등은 강력히 반발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공무원의 태업이 이어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스위스 연방사회보험청 프랑수아 위베르 연금담당관은 “정치인들이 여론에 밀려 공무원들은 반대하는 연금 개혁 정책을 만들어야 했다”면서 “예전에는 공무원이 1등 신랑감이었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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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票만 의식하면 공무원연금 영영 개혁 못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치인들이 건드리기를 꺼리는 사안입니다. 그나마 1995년에 마니풀리테(‘깨끗한 손’이란 뜻의 공직자 부패추방운동)의 기세가 등등하고 외환위기 등이 겹치면서 겨우 공무원연금을 손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이지요.”

이탈리아 국가사회보험기구(INPS)의 도메니코 라펜나(사진) 로마지역 본부장은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의 개혁문제는 대단히 민감하고 어려운 부분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라펜나 본부장은 “정치인들이 부정부패 문제로 줄줄이 체포됐고 경제위기도 심각해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주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공무원연금을 손댈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탈리아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분리되어 있다. 가입 대상도 중앙부처와 지방 공무원, 공립학교 교사, 군인 등 한국과 엇비슷하다.

지금은 연금을 타기 위한 의무가입 기간이 35년으로 일반 연금과 같지만 1995년 개혁 이전에는 공무원은 20년만 가입해도 연금 수급권이 주어졌다.

라펜나 본부장은 “여론은 줄기차게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무원 연금의 특혜를 없앨 것을 주장했고, 그때마다 공무원의 집단 반발도 거셌다”면서 “정치인들은 공무원의 조직적인 반발이 ‘선거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야당이 처음에는 여당 개혁안을 반대해 놓고 막상 집권하면 이전 여당의 연금정책을 따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지도자는 30∼40년 뒤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 표를 모을 생각만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공무원연금을 포함해 연금개혁에 성공하려면 미래를 생각하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팀장=반병희 차장 bbhe424@donga.com

▽일본 칠레=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프랑스 스웨덴=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