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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50만 在鄕軍人의 명예 스스로 지켜야

입력 | 2006-03-15 03:05:00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 여당의 압력을 받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권코드 회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내분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가보훈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향군이 국고 지원을 받으면서 반정부 집회에 앞장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향군의 안보활동 예산을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사수(死守) 국민대회’를 주도한 것 등을 ‘반정부’로 몰았던 것이다.

재향군인들이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김정일 체제에 편향된 친북(親北)현상을 비판하는 것이 ‘반정부’ 활동이라면 이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재향군인들은 국방과 안보문제에 보수적인 것이 정상이다. 일반 국민도 다수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 그런데도 향군은 결국 올해 예산에서 안보활동비를 전액 삭감키로 했고 핵심 부서인 안보국을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향군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월 21일 실시되는 새 회장 선거에는 이미 박세직 전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천용택 전 국가정보원장, 노무식 전 육군종합행정학교장 등이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천 씨는 국정원 불법감청(도청)의 핵심 관련자다. 그는 국정원이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개발할 때 국정원장이었고, 국정원의 도청을 사실상 시인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구속을 면했지만 중대한 국가범죄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는 이른바 ‘김대업 병풍(兵風)공작’을 배후 조종했다. 그가 스스로 향군 회장 자격이 있다고 믿는지, 향군에 이렇게도 인물이 없는지 궁금하다.

향군 회원들은 지난날 나라를 지킨 기개로, 역풍이 있더라도, 국가안보의 후방 주역임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 회장 선거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향군의 설립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주었으면 한다. 이런 것이 650만 향군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