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부산아시아드CC 현장 조사한나라당 이재웅, 유기준 의원(오른쪽부터)이 11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3·1절에 골프를 친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을 방문해 최인섭 사장(왼쪽)을 상대로 당시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회동’이 세상에 알려진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거짓말 경연’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골프회동의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총리를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의 거짓말과 발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특히 이 총리가 “100년 만에 한 번 나올 공무원”으로 치켜세웠던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7일 이 총리를 대신해 사건 전반에 대해 해명했으나 그 내용이 대부분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유원기(柳遠基) 회장 참석 여부=여러 사건으로 이 총리에 대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 회장의 참석 여부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영남제분 유 회장이 회동에 참석한 사실을 입을 맞춘 듯 처음부터 막판까지 철저하게 숨겼다. 이 때문에 ‘로비 의혹’이 증폭됐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유 회장이 오지 않았다”고 했고 정순택(鄭淳(택,타))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유 회장을 못 봤다”거나 “다른 조였다”고 둘러댔다.
유 회장 본인도 일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골프장에 갔지만 치지 않았다. 내 골프채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쳤다”거나 “골프를 쳤다고 할 수도 없고 안 쳤다고 할 수도 없다”는 아리송한 말만 계속했다.
마침내 이 차관이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 회장의 참석 사실을 시인했다. 한 참석자는 “유 회장의 평판이 안 좋아 함께 쳤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거짓말한 이유를 둘러댔다.
▽내기 골프와 비용 부담=이 차관은 7일 골프 모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내기 골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일 일부 언론이 골프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00만 원 정도의 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쳤다”고 보도하자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골프를 했던 강 회장, 정 전 수석, 유 회장은 해명자료를 통해 “강 회장이 상금 40만 원을 내놓았다”고 인정했다.
골프 비용 계산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리는 해명을 했다. 한나라당이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을 찾아가 조사한 결과 이 총리를 제외한 참석자의 비용(160만 원 정도)은 2003년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던 강 회장이 카드로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임 주선과 예약 시기=총리실은 처음부터 “부산지역 경제인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과 부산 기업인 명의로 6일 배포된 성명에서도 “부산 지역 경제인들의 오랜 요청으로 이뤄진 모임”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하루 뒤 “총리실에서 부킹을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차관이 밝힌 총리실의 부킹 날짜는 지난달 25일이고 골프는 1일 쳤기 때문에 실제로 누가 부킹했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다. 참석자들은 서로 “다른 참석자가 오라고 해서 나가게 됐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황제골프=한나라당이 11일 현장조사를 한 결과 이 총리 일행은 1일 오전 9시 20분에 레이크 코스에서 첫 티오프를 했다.
이 골프장이 평소 원만한 진행을 위해 정한 1부의 마지막 시작 시간은 오전 9시, 2부의 시작 시간은 오전 11시 반이다. 총리 일행이 골프를 친 시간은 앞뒤 팀의 방해나 시선을 피할 수 있어 ‘황제골프’로 불린다.
사실이 이런데도 이 차관은 7일 “티오프를 1부 마지막 팀 시간인 오전 9시경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골프장 직원들에 따르면 이 총리 일행의 골프가 끝난 뒤 샤워장에서 일부 회원이 몸을 씻고 있자 골프장 측에서 “빨리 나가라”고 요청해 이 총리 등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샤워장을 사용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청탁 없었던 골프라도 “직무관련 땐 뇌물” 판례
■ 검찰 수사 전망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골프 접대의 대가성 여부와 주가 조작, 밀가루 가격 답함 등이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와 이기우 교육인적지원부 차관이 기업인 돈으로 골프를 하고 식사 접대를 받은 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 총리는 국정 전반에 걸쳐 업무를 총괄하고, 이 차관은 영남제분 주식을 매입한 한국교직원공제회를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직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
한나라당 주장대로 이 총리나 이 차관의 직무가 골프와 식사비를 낸 기업인의 기업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면 골프 접대 자체로도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법원 판례는 “특별한 청탁이 없어도 직무와 관련된 접대 골프는 뇌물”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문제는 3·1절 골프와 두 사람의 직무 사이의 관련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점. 검찰이 골프 접대만으로 공직자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사례는 거의 없다.
검찰 관계자는 “골프 자체만으로 곧바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골프 접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 조사나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매입에 의한 주가 조작 의혹과 연관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는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매입이 적절했는지가 1차 조사 대상. 교직원공제회의 투자 과정에 ‘외압’이 작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지난해 10∼12월 이 차관이 유 회장, 교직원공제회 김평수(金坪洙) 이사장과 가졌던 2, 3차례의 골프 모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의 주식을 사들여 떨어지던 주가를 올렸고 영남제분은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나 골프 모임 참석자 가운데 누군가 그 ‘대가’를 받았다면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지난해 5월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처음 매입할 때 영남제분의 공장 터 용도변경 신청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주가 조작 혐의와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