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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서울의 야생강서습지생태공원

입력 | 2006-02-24 09:09:00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강서습지생태공원은 ‘만들어진’ 생태공간이다.

한강 하류의 비옥한 땅은 자연이 준 선물이지만 담수지이며, 저습지 등의 생태서식환경은 한강 물길을 공원 안쪽으로 돌리는 노력 끝에 생겨났다. 2001년과 2002년 공원 개장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심어진 갈대와 갯버들 등 수변 식물도 이젠 제법 무성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물상(生物相)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황오리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황조롱이 등 조류만 14종에 이르며, 어류 양서류 파충류 곤충 동물 등을 합하면 140종이 넘는다. 덕분에 다양한 생물상을 관찰하는 생태학교도 생겨났다.

23일 오후 생태보전시민모임 소속 자원봉사자 박재선(34) 씨와 함께 찾은 강서습지생태공원은 평온했다. 바로 옆 올림픽대로 위로 차들이 쏜살같이 질주하고 있었지만 한강 쪽으로는 갈대밭과 버드나무 숲,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제는 고라니를 봤어요. 너구리가 뜯어먹고 남은 오리를 까치가 모여들어 쪼아 먹기도 하지요. 겉으로는 한산하고 평화롭게 느껴지지만 이곳은 살아 움직이는 공간입니다.”

정기적으로 생태조사를 진행해 온 박 씨는 이곳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인구 1000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 서울 속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먹이사슬이 유지되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방화대교 쪽 자연관찰로를 피해 인적이 드문 행주대교 쪽 자연관찰로를 택했다. 공원 안으로 흐르는 습지 물길 위로 쇠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갈대밭 천지였다. 2m가 넘을 정도로 쑥쑥 자라났는데 이곳 땅이 워낙 비옥하기 때문이란다.

물길을 건너기 위해 다리 위로 올라서자 박 씨는 다리 아래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너구리가 잉어를 입에 물고 식사를 하던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조류 전망대가 나타났다. 제재소에서 버리는 목재를 활용해 새들이 사람을 볼 수 없게끔 간이 벽을 만든 게 인상적이었다. 방화대교 쪽을 바라보니 댕기흰죽지 20여 마리가 수시로 잠수하며 먹잇감을 낚고 있었다. 뒷머리에 댕기 모양의 깃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니 버려진 빨간색 드럼통과 홀로 서 있는 왜가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평화로운 이곳에도 위험 요소는 있다. 몇 달 전 생태공원에 있던 야생 고라니가 올림픽대로 건너편 개화산 쪽으로 넘어가려다 교통사고로 희생됐다. 뱀이 자전거에 밟혀 죽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박 씨는 “올림픽대로로 인해 끊어진 개화산과의 생태 축을 연결하는 생태통로가 만들어진다면 강서습지생태공원의 생물이 다양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