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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주소 美셋방살이 싫다

입력 | 2006-01-21 03:10:00


미국 주도의 단일 인터넷 주소관리 체제에 대한 반발세력이 늘면서 인터넷이 차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인터넷의 강점은 언제든지 국경을 넘어 상대방 인터넷 주소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 그런데 인터넷 도메인 주소를 관리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사실상 미국 정부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 때문에 단일 인터넷 주소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 인터넷에 접속해도 전화교환기처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루트서버 13개 중 10개가 미국에 있을 정도로 미국의 인터넷 패권은 압도적이다.

그런데 이미 중국은 ‘닷중궈(.中國)’ 등 한자로 된 3개의 주소명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에 이르는 만큼 기존 영어주소에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랍 22개국도 ICANN과는 별도로 아랍어 주소를 사용하는 방안을 1년 반 가까이 실험해 오고 있다.

독일에서는 인터넷 보안 전문가 마쿠스 그룬트만 씨가 2002년 공개 인터넷 주소 관리 체계인 ‘ORSN(Open Root Server Network)’을 설립했으며 현재 유럽 5개국 50개에 달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ORSN을 쓰고 있다.

그룬트만 씨는 “인터넷은 미국의 자식이지만 자식이 장성하면 더는 부모 곁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유니파이드루트사는 지난해 11월 ‘닷컴(.com)’ 대신 최종 인터넷 주소를 고객들이 마음대로 선택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니파이드루트의 고객사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자사의 브랜드를 도메인 이름으로 사용해 ‘어라이벌스닷스키폴(arrivals.schiphol)’과 같은 주소로 만들 수 있다.

유니파이드루트의 이용자들은 ICANN 체제하의 모든 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지만 ICANN 사용자들은 ‘닷스키폴(.schiphol)’ 등을 방문할 수 없다.

이처럼 인터넷의 파편화 양상은 기존 인터넷의 장점이기도 한 소통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