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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

입력 | 2005-12-07 03:07:00


이 책은 제목에서 화학 관련 서적이라는 것을 약간 풍길 뿐 ‘철! 지구는 니가 지켜!’ ‘돈가스와 감자튀김’ ‘신나는 컴퓨터 뿅뿅게임’과 같은 목차를 보면 무슨 소설책 같기도 하고 요리책이나 게임잡지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물질의 성질과 구조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을 화학이라고 볼 때, 물질의 구성 성분인 원소나 원자를 이해하는 것은 화학을 공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과학 교사가 되어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20여 년. 매년 첫 시간이면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과학 과목이 재미있니?” 대답은 항상 같다. “재미없어요. 어려워요. 너무 외울 것이 많아요.”

사실 과학 과목이 쉬울 수는 없다. 그러나 어렵다고 과학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론을 확실히 알아야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려운 이론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청소년들이 화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탄소 원자는 콧구멍 후비는 것을 멈추고 핸드폰을 껐다’로 시작되는 첫 구절부터 이미 이 책이 범상치(?)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저자는 화학에서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인 원소 주기율표를 처음 고안한 멘델레예프와 1962년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란 책을 발표하여 환경오염의 위험을 전 세계에 일깨워 준 미국의 생물학자 카슨을 교사로 등장시킨다. 이들이 원소와 원자, 물과 같은 화합물을 학생으로 삼아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원자와 물질들을 의인화하여 독자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을 위한 것이다.

원자와 원자가 결합하는 방법이나 화합물이 화학반응 하는 것을 ‘우정과 이별’이란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해 설명해 준다. 책의 어디에도 전문용어에 대한 교과서적 설명은 없다.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싶으면 이미 의인화된 물질에게 신분증을 발급하여 요약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 형식에다가 설명 방식 역시 친절하다. 예를 들어 액정이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가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그건 분자들이 콜레스테롤벤조에이트처럼 막대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야. 중간 구조에서도 분자들은 상당히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 보행자 보호구역의 사람들은 완전히 무질서하게 이리저리 다니지. 그 움직임에는 어떤 질서도 발견할 수가 없어. 하지만 그 거리의 어떤 가게에서 사다리를 싸게 판다고 해 보자.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가 사다리를 사서 집에 가는 거야. 그러면 어느 정도의 질서가 생겨나. 사람들은 자신의 사다리를 들고 서로서로 붙어서 나란히 가려고 할 거야. 질서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서 있어야 할 거니까.”

환경학자이자 화학비평가인 저자 라이너 그리스하머는 이처럼 친근한 서술방식을 통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책의 전체적 흐름이 소설처럼 진행돼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 없이 읽으며 화학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고진홍 서울 삼선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