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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프리즘]‘마스터스의 꿈’ 3시간 완주

입력 | 2005-11-04 03:05:00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스리’는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꿈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동아일보 경주오픈 마라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브스리(sub-3)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말한다. 100m를 25.6초의 속도로 42.195km를 달려야 달성할 수 있다. 2005년 10월 현재 국내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는 3만여 명. 이 중 서브스리 완주자는 800명에 불과하다. 완주자 100명에 2.7명꼴로 그만큼 어렵다. 서브스리 완주자는 마스터스(아마추어 마라토너) 사이에서 ‘지존’으로 대접받는다.

서브스리는 마스터스의 꿈이다. 그중에서도 풀코스 3시간∼3시간 5분대의 기록 보유자들이 가장 애가 탄다. 금세 손에 잡힐 듯한데도 쉽사리 기록이 나아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른다. 3시간 28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어느 40대 마스터스는 5년 동안이나 서브스리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딱 28초’를 앞당기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10km 이상씩 달렸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달리는 자세도 바꿨고 대회 직전엔 엘리트 선수들처럼 식이요법도 했다. 하지만 기록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뒷걸음질쳤다. 이렇듯 간발의 차이로 서브스리를 이루지 못한 예는 수두룩하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서브스리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아버지 한승범(52) 씨가 2시간 55분 46초, 아들 민호(25 )씨가 2시간 59분 7초. 정말 대단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2·정신지체 2급) 씨도 2시간 57분 7초의 서브스리 러너다. 배 씨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총 226.195km)를 이어 달리는 트라이애슬론 경기도 완주(15시간 6분 32초)했을 정도로 심폐기능이 뛰어나다.

인간의 신체능력은 25세를 정점으로 매년 약 1%씩 떨어진다. 40, 50대가 대부분인 국내 마스터스의 신체 능력은 20대 때보다 15∼35%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만약 41세 때 3시간에 풀코스를 완주했다면 1년 뒤에 똑같은 조건에서 달린다 해도 3시간 1분 48초에 결승선에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불과 몇 십 초를 단축시키지 못해 서브스리에 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스와 날씨도 기록 단축의 중요한 요소다. 코스가 어려우면 기록이 떨어진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더워도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아마추어의 한계인 ‘주먹구구식 훈련’과 섣부른 식이요법도 걸림돌이다.

식이요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엘리트선수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하다간 큰코다친다. 소화력이 약한 아프리카 선수들은 식이요법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고도 잘만 뛴다. 한국 일본 스페인 등 일부 국가의 선수들이 식이요법을 하지만 그것도 위가 약한 선수들은 하지 않는다.

역대 한국 2위 기록(2시간 7분 49초) 보유자인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은 바로 식이요법의 대표적 피해자다. 그는 코오롱 시절 거의 억지로 식이요법을 해야만 했다. 고 정봉수 감독 앞에서 우물우물 고기를 씹다가 슬며시 뱉어 내기 일쑤였다. 결국 김이용은 위장 폴립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서브스리는 마스터스의 꿈이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도 있다. 그런 꿈은 굴레다. 서브스리도 하나의 집착이요 욕망이다. 그것을 벗어던지면 강 같은 평화가 온다. ‘그까이꺼’ 서브스리에 안 들면 어떤가. 몸에 와 닿는 산들바람, 길가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천천히 즐기면서 내 멋대로 달리면 세상이 보인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