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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최완진]결혼식은 1회용 이벤트가 아니다

입력 | 2005-10-27 03:04:00


봄가을은 결혼식이 많은 계절이다. 책상 위에 청첩장이 쌓이고,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결혼식이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의 결혼식 풍경을 지켜보면 너무나 틀에 짜인 이벤트성 행사로 진행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일부 하객은 축의금만 낸 뒤 식장에는 들르지도 않고 곧장 식당으로 직행한다. 결혼을 축하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식사 한 끼를 해결하러 온 것인지 모르겠다.

결혼식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아연해질 때가 많다. 신랑 신부를 동시에 입장시키거나 부모와 함께 입장시키는 신풍속도야 남녀평등 개념에 따른 것이라 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하객의 기립 박수를 요구하는 진행자도 있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신랑이 넙죽 엎드려 부모나 하객에게 큰절 올리기, 신랑 신부의 공개적 입맞춤 등은 우리 사회의 예의염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신랑에게 만세 삼창을 시키는 이해하지 못할 풍경도 벌어진다.

결혼식은 진지하고 엄숙하며 경건한 느낌이 들도록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생각일까. 너무나 많은 하객을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기 위한 잔치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든지, 이벤트에 능숙한 결혼식 전담회사가 시키는 대로 천편일률적으로 꼭두각시가 되는 행태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결혼식 주례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양가 부모와 인사도 없이 당일 속성으로 진행되는 주례사는 자기 자랑이 주가 되거나, 양가에 대한 찬사에 치우쳐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선배로서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면서 함축된 의미로 인생의 지혜를 알려 주는 주례사를 기대하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 결혼식만 끝나면 언제 봤느냐는 듯 전혀 인사도 없고, 사진 한 장도 가져다주지 않는 그야말로 일회용으로 끝나고 마는 주례와 신랑 신부의 관계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듯 경망스럽고 인스턴트식인 결혼식과 혼수만 따지는 잘못된 세태, 예의범절 없는 신세대 의식이 결국 네 쌍 중 한 쌍은 이혼을 하는 씁쓸한 통계를 낳고, 결혼이 가정불화로 이어져 슬픈 가족사를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경종의 의미를 담아 이 가을에 경건하면서도 진지한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결혼식을 꾸밀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본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법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