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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Made In Korea’ 힙합듀엣 리쌍-다이나믹 듀오 컴백

입력 | 2005-10-19 10:29:00


《힙합맨 A가 말했다.“나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내 인생 꼬였어.”

그의 짝 B가 받아쳤다. “이제 우리 서른이야. 아저씨 되는 게 두렵지 않니?”한숨을 쉬던 A, “나 전세금 사기 당했어. 세상엔 왜 이렇게도 믿을 사람이 없을까.”

A와 B, 손을 맞잡는다. “우리 인생 고달프다. 랩이나 하자.”》

힙합 듀엣 ‘리쌍’과 ‘다이나믹 듀오’의 랩 음악에는 이처럼 거대담론이 없다. 정치, 사회 문제는 이들에게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미국 래퍼 에미넴에게서 들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소주 한 잔에 우리 인생 이야기를 안주 삼는 이들의 랩은 ‘메이드 인 코리아’. 공통점 많은 이들이 최근 나란히 새 음반을 내놓았다.

▼리쌍▼

14일 밤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나타난 ‘리쌍’의 멤버 개리(27)와 길(28)은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길=3년간 만났던 여자친구와 지난해 헤어졌어요. 마침 기르던 개도 집을 나갔죠. 그 슬픔에 앨범 녹음을 두 달간 쉬었는데 그 덕분에 타이틀 곡 ‘내가 웃는 게 아니야’는 제대로 슬프게 만들었어요.

▽개리=저도 1년 전 900일 만난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어머니는 속도 모르고 “걔는 잘 지내지? 내가 밥 맛있게 해 줄 테니 데려와”라고 하셨죠. 그런데 전 정말 이기적인 사람인가 봐요. 그때의 제 감정을 일일이 메모해 랩 가사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이들의 3집 ‘라이브러리 오브 솔’은 어떤 음반이다, 어떤 주제다 설명이 필요 없다. 타이틀 곡 ‘내가 웃는 게 아니야’부터 멤버 길이 전세금 1500만 원을 사기당한 뒤 만든 ‘야바위’, 30대를 앞둔 두 사람의 심정을 담은 ‘청춘 30’ 등 수록된 13곡이 모두 이들의 ‘인생 도서관’ 그 자체다.

▼다이나믹 듀오▼

24일 2집 ‘더블 다이나마이트’ 발매를 앞둔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개코(24)는 얼마 전부터 혀에 염증이 생겼다. 발음도 부정확하다. 래퍼의 혓바닥에 염증이라니…. 멤버 최자(25)는 쉴 새 없이 혀를 놀려댄 탓에 생긴 일종의 ‘감투’라고 얘기한다.

▽최자=2집을 만들면서 힙합 음악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바꿀지 고민했어요. 우린 기말고사, 리포트가 지겨운 한국의 20대이자 12년 동안 힙합 음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죠.

▽개코=20대 중반이 돼서 그런지 멋진 CD 한 장을 사도, 훌륭한 영화 한 편을 봐도 예전만큼 감흥이 없어요. 곧 군대도 갈 텐데 제대하고 아저씨가 될 것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요즘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런 심정을 담아 타이틀 곡 ‘고백(Go back)’을 만들었답니다.

2000년 3인조 그룹 ‘CB 매스’로 데뷔한 이들은 그룹 해체 후 지난해 ‘다이나믹 듀오’로 팀을 만들었다. 2집에 수록된 17곡은 타이틀 곡 ‘고백’을 비롯해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을 추스르자는 ‘레츠 고’, 인터넷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을 꼬집는 ‘너나 잘하세요’ 등 모두 즐겁고 신난다.

▽개코=‘리쌍’ 형님과 같은 시기에 나온다고 다들 “경쟁하냐”라고 물으세요. 하지만 저희는 ‘리쌍’ 형님들 앨범의 ‘화가’라는 곡에 참여했고 형님들은 우리 앨범의 ‘잇츠 올라이트’에서 함께 랩을 했죠. ‘경쟁’ 대신에 한국적 힙합 두 그룹이 ‘뭉쳤다’라고 표현하면 어떨까요? ‘리쌍’ 형님들, 우리 열심히 해서 앨범 판매량 1, 2위 휩쓸어요! 오케이?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