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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구법회]교육청 공문에 영어 써야하나

입력 | 2005-10-06 03:04:00


교육청에서 학교로 온 공문서 제목에 ‘육아데이 캠페인 홍보’란 것이 있었다. 이 공문의 생산 출처와 경로를 살펴보니 여성가족부에서 전국 관련 부처와 기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교육청에서 이를 받아 복사하다시피 하여 각급 학교로 발송한 것이다. 이를 어려운 말로 ‘이첩 공문’이라 한다.

공문은 아래와 같이 이어진다.

1. 관련: 여성교육정책과-×××호

2. 여성가족부에서는 보육의 중요성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제고를 위하여 매월 6일을 ‘육아 Day’로 지정, 직장과… 3, 4. (줄임)

이 공문서는 대한민국의 공문서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공문서 규정은 “문서는… 어문 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하되, 쉽고 간명하게 표현하고,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그 밖의 외국어를 넣어 쓸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로로 쓴다”(사무관리규정 2절 10조 ①항)고 돼 있다.

따라서 ‘Day’라는 영어를 꼭 공문서에 써야 할 필요가 있다면 ‘육아 데이(day)’와 같이 영어를 괄호 안에 넣어야 한다. 최근 공문서들을 보면 내용뿐 아니라 공문 제목에도 영문자(로마자)를 노출시켜 쓴 것이 자주 발견된다.

제목에 쓰인 ‘캠페인’이란 말은 사전에 올라 있는 외래어이지만 ‘운동’ ‘계몽’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더구나 ‘데이’는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로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육아데이’는 ‘육아의 날’ ‘보육의 날’ 또는 더 쉬운 말로 ‘아기 돌보는 날’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밸런타인데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우리가 만든 ‘데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은 대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우리 농축산물을 소비시키기 위한 취지로 만든 것들인데 삼겹살데이(3.3.) 오이데이(5.2.) 등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가 이렇게 ‘데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한글날도 ‘어린이데이’ ‘어버이데이’ ‘한글데이’라고 고쳐 부르자는 주장이 나올 듯하니 세종대왕께서 어찌 생각하실지 걱정스럽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세계화를 앞세운 영어에 홀려 우리말과 한글을 홀대하기 시작했다. 우리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에.

구법회 인천연수중 교장·한글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