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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SK주식회사

입력 | 2005-06-30 03:14:00

SK㈜ 신입사원들이 가상의 에너지·화학 기업을 운영하는 ‘SK경영게임’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7, 8명씩 한 조를 이뤄 원유구매, 제품생산, 판매 등을 하면서 기업 경영 시스템을 익히게 된다. 사진 제공 SK㈜


SK㈜는 국내 1위 정유 회사로 최근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활발한 사업을 벌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임직원 개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신입사원 선발 과정

채용절차는 서류전형→SK종합적성검사→면접으로 구성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입사원 104명을 선발했다. 하반기 채용 계획은 없다.

3시간 동안 실시되는 SK종합적성검사는 적성검사와 인성검사로 나뉜다.

적성검사는 어휘력, 수리력, 판단력 등 8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문항수는 150개.

인성검사는 345개 문항이며 사교성, 대인관계, 사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면접은 과장급-부장급-임원급의 3단계로 진행된다.

1차 면접에서는 그룹 토론을 실시한다.

주제는 지원자의 가치관 전반을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 제시된다.

‘3명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할 위기에 놓였다. 구명조끼는 2개뿐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부장급 면접에서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주제를 주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예를 들어 중국 4개 지역의 장단점에 대한 자료를 주고 ‘어느 지역에 주유소를 세우는 것이 좋은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준비 시간은 15분 정도. 5∼10분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10분간 질문을 받는다.

임원 면접은 15∼20분간 진행되며 외국어 회화 실력도 평가한다.

지원자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논리력, 분석력, 창의력에 중점을 둔다.

○ 솔직하고 패기 있게

면접 때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태진 인사담당 상무는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새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패기 있게 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런 지원자가 훨씬 자신감 있어 보인다는 것이 김 상무의 설명이다.

솔직한 태도도 중요하다.

가족 사항에 대해 질문을 받은 한 지원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는 “이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각종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당당하게 밝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관을 갖고 소신 있게 말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SK㈜의 근무지는 서울, 울산, 동해, 제주 등 네 군데. 이 중 어느 지역을 선택할지에 대해 물어볼 경우 “어디든 가겠다”는 답변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한 지원자는 “서울 본사에서 충분히 근무한 후 회사에서 필요로 한다면 지방 근무에도 도전해 보겠다”고 조리 있게 말했다.

면접 순서를 기다리거나 면접이 끝난 후의 태도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 지원자는 면접이 끝나자 문을 닫고 나오며 “에이, 씨×”라고 욕설을 해 인성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김 상무는 “최근 지원자들의 토론 실력과 논리력, 어학실력 등은 많이 향상됐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지나치게 공부에만 얽매이지 말고 폭넓은 경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다양한 인재 선발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지방 대학 출신자들이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될 수 있도록 조정한다.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 사업 비중이 높아 해외 대학 출신자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선발된 신입사원 104명 중 20여 명이 해외 대학 출신자다.

최근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대학 졸업생을 선발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사원자녀 영어캠프 챙기는 복지1번지▼

“고민과 피로 해소는 물론 여가 활동까지, 모두 회사에 맡겨주세요.”

SK㈜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임직원을 위한 전문 상담 서비스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하모니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경력관리 컨설턴트, 정신과 의사, 전문심리상담사, 재테크 컨설턴트 등 10명의 전문 상담가가 경력 및 역량 개발은 물론 생활, 가족 분야에 대해 상담을 한다. 직원들이 상담 신청을 하면 상담 내용에 따라 적절한 상담가가 배정된다.

울산 공장에서도 자녀교육, 가족 문제, 스트레스 관리 등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본사에는 피트니스 센터와 수련실도 마련돼 있다. 피트니스 센터는 추첨을 통해 이용자를 뽑는다. 이용비는 월 2만 원으로 매일 세탁된 운동복이 지급된다.

SK는 업무 중이라도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최태원 회장은 “피곤하면 업무 중이라도 잠시 시간을 내 편하게 쉬는 것이 집중력과 업무 능률을 높이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며 “근무 시간을 지키는데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이면 본사 사옥을 개방해 임직원 가족들이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말에는 SK아카데미에서 임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체력단련과 정신수양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분기별로 본사 사옥에 마련된 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배우자 건강 검진을 비롯해 방학 때면 외국인 강사를 초청해 2주간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영어 캠프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콘도뿐 아니라 온천, 펜션 등 다양한 휴양시설을 마련해 주말이나 휴가 기간에 이용할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석유화학에 매력느껴 SK지원”▼

“이공계가 위기라고요?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을 이끌고 나갈 전문 엔지니어로 우뚝 서겠습니다.”

올해 1월 SK㈜에 입사한 김수진(30·사진) 씨는 서울대 의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한양대 공대에 들어가 엔지니어가 된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부모님의 권유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의대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의학 공부는 고역이었다.

“평생 아픈 사람들을 보며 살아야 하는 의사가 될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수학을 좋아하는 김 씨는 한양대 화학공학과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화학공학과는 공학 분야 가운데 수학을 가장 많이 다루는 학과. 적성에 맞는 공부를 마음껏 하게 된 그는 6학기 만에 한양대 전체 수석으로 조기 졸업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SK에 지원했어요. 석유화학은 모든 산업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현재 공정기술팀에 소속된 그는 울산 공장에서 석유화학 기기 관리 및 개조와 관련된 기초 설계 작업을 배우고 있다.

“공장 업무는 상당히 거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 보니 의외로 섬세합니다. 자동화가 잘 돼 있어 모든 공정이 착착 진행되죠.”

공장은 가동을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 없이 계속 돌아간다. 이 때문에 4조 3교대로 8시간씩 일한다. 4일 일한 뒤에는 하루를 쉰다.

“어마어마한 공장을 가동해 뭔가 만들어 낸다는 게 정말 흥미로워요. 스케일이 큰 걸 좋아하는 성격도 한 몫했을 겁니다. 하하.”

김 씨는 10월까지 현장에서 근무한 뒤 정식 배치를 받는다.

그가 말하는 회사 분위기는 어떨까.

“다들 서로 다독여주고 잘 챙겨주세요. 신입사원 연수 때 양로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교육 과정에서도 느꼈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곳이 우리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