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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망가진 명배우들의 힘!…‘미트 페어런츠 2’

입력 | 2005-04-13 17:48:00

사진 제공 무비랩


‘미트 페어런츠 2’는 약간의 서글픔과 큰 재미를 준다. 어느 쪽이 더 마음에 와 닿을지는 관객이 어느 세대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서글픔은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먼이라는 명배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는가라는 물음에서 나온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폄훼하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아직도 대부분의 관객은 ‘대부2’ ‘성난 황소’ ‘택시 드라이버’의 드니로, ‘졸업’ ‘레인맨’의 호프먼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론 코미디 ‘투씨’에서 호프먼은 여장 남자로 나왔지만 영화의 맥락에서 벗어난 설정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 큰 재미를 얻는 지점은 바로 명배우들이 망가지는 대목이다. 그들에게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이 나올 때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여행간 딸이 미리 짜 놓은 모유를 인조유방에 담아 자신의 가슴에 두르고는 손자에게 젖을 먹이는 드니로나, 극중 부인 로즈(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가슴에 바른 생크림을 온 얼굴에 묻히면서 빨아 먹는 호프먼을 보고 웃지 않기란 어렵다.

장인이 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잭 번즈(로버트 드니로)에게서 가까스로 결혼 허락을 받아낸 그렉 퍼커(벤 스틸러)는 자신의 부모인 버니(호프먼), 로즈와 애인 팸(테리 폴로) 가족의 상견례를 주선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손자에게까지 규율을 강조할 정도로 매사 엄한 잭과, 성(性)에 매우 개방적이며 감정에 솔직한 버니 부부는 사사건건 부닥친다. 결국 사윗감인 그렉과 그 부모를 못마땅해 하던 잭은 결혼 방해 작전에 돌입하는데….

영화는 드니로, 호프먼 두 명배우가 만들어내는 웃음에 크게 의존한 나머지 전편(2000년)에 비해 스토리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 전편이 잭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렉이 노력하면 할수록 일이 더 꼬여 버리는 점입가경 식 슬랩스틱 코미디였다면, 2편은 잭과 버니가 벌이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의 병렬식 나열과 성에 관한 농담이 주를 이룬다.

영화 속에서 유대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할리우드 영화의 관습과 크게 다르다는 점도 특이하다. 유대인들은 대개 전통과 자신들의 규율을 엄격히 지키며 성적으로 수동적이고 다소 소심한 캐릭터로 묘사돼 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유대인인 그렉의 부모는 눈만 마주치면 곧장 침대로 향할 만큼 성적 에너지가 넘치고, 보통 사람 이상으로 쾌활하다.

미국에서만 전편(1억6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2억7000만 달러(약 2800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