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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대비물자계획 내년 폐기…美서 작년통보

입력 | 2005-04-08 18:28:00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에 비축 중인 전쟁예비물자(WRSA)의 유지에 관한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1년 전에 한국 국방부에 통보한 사실이 8일 밝혀졌다.

WRSA의 약 99%는 전시 대비 탄약으로 만일 미국이 이를 반출할 경우 한국의 전쟁 수행 능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이 같은 미국의 방침을 통보받고 1년간 공개하지 않은 것이 한미 군사협력 관계의 이상기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WRSA 프로그램의 폐기=8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조영길(曺永吉)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2006년 12월까지 WRSA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이 안보에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도 될 만큼 경제력이 커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WRSA의 가치는 약 5조∼8조 원 규모로 한국은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약 600억∼700억 원을 관리비로 지불하고 있다.

전쟁예비물자 개요구분내용도입시기1974∼78년에 단계적 도입. 이에 관한 한미협정 1982년 체결비축량약 60만 t내용물탄약과 기타 장비 부품소유권주한미군세부품목각종 총탄과 포탄, 공중 투하 미사일 등 230여 종(대부분 구형으로 육군 탄약이 99%를 차지)비축 장소전국 소재 한국군 탄약고관리유지비한국이 매년 700억 원 부담, 나머지는 미국이 부담

미국은 이미 2000년부터 한국 측에 WRSA 처리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고, 현재 이에 관한 법안이 미 의회에 계류 중이다. WRSA의 대외 판매, 폐기, 반출은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폐기, 반출시 소요되는 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또 다른 한미 갈등인가=주한미군은 WRSA 프로그램 폐기는 최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는 무관하며, 미국이 WRSA의 구매를 한국에 요구했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WRSA에 포함된 탄약 종류는 국내 생산이 가능하고 대부분 20년이 넘은 구형이라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대목도 적지 않다. WRSA 탄약은 전시 탄약 예상 소요량의 60%를 차지한다. 이를 제외한 한국군의 전시 탄약은 10일분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미국이 한국의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WRSA 프로그램 폐기를 통보한 것은 다른 ‘속사정’ 때문일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불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미국은 지난해 주한미군의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현대화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한국이 부담해 달라며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대신 110억 달러를 투입하는 전력 증강을 약속한 상황에서 WRSA 프로그램을 폐기하려는 것에 대한 의문도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