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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북스]‘2010 대한민국 트렌드’…5년후의 한국사회

입력 | 2005-01-28 16:28:00


◇2010 대한민국 트렌드/LG경제연구원 지음/380쪽·1만2000원·한국경제신문 한경BP

모사(模寫) 전송기 도입….

고색창연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모사 전송기가 뭘까. 바로 팩스(팩시밀리)다. 이를 들여왔다는 사고(社告)를 20여 년 전 국내 어느 신문이 1면 한쪽에 큼지막하게 낸 적이 있다. 팩스 몇 대를 회사에 설치한 것을 이렇게 소개했으니 지금 기준으로는 의아하다. 하지만 당시엔 팩스가 획기적인 신발명품이었다.

그 팩스도 인터넷 때문에 한물이 간 물건이 됐다. 세상이 그만큼 빨리 변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보급은커녕 듣기조차 생소한 것이었다.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갖고 다닌 게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다.

5년 후 한국은 어떻게 바뀔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은 ‘2010 대한민국 트렌드’를 펼쳐보라. 71가지 흐름이 잘 정리돼 있다.

이 책은 한두 사람이 책상머리에서 그려낸 미래상이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의 여러 두뇌들이 머리를 맞댄 토론을 거쳐 주요 키워드를 찾아낸 뒤 각종 자료와 현상분석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조망한 것이다. 그래서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은 내용이 그득하다. 대체로 경제전문가들이 쓴 글은 수치가 너무 많고 문장도 무미건조한 편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신문기자 출신의 연구원 몇 분이 필자로 참여해 문장 혁신에 기여한 듯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라는 3가지 큰 흐름을 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큰 흐름을 이루는 세부 흐름들을 분석하고 전망했다. 몇 년 뒤 모습 몇 가지를 살펴보자.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을 때 동전을 넣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칩이 무선으로 커피 값을 계산하기 때문. 신용카드, 현금, 수표 대신 전자화폐가 결제수단으로 널리 통용되기 시작한다.

백수가 된 의사, 변호사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요즘 한 해 2500명의 의사와 750명가량의 한의사가 새로 배출되는데 곧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연간 1000명 시대 이후 변호사들이 넘쳐나는데 5년 후엔 이 현상이 더욱 뚜렷할 것이다. 파산하는 변호사들이 잇따를지 모른다. 전문직이라 해서 더 이상 ‘철밥통’은 아니다.

해외여행 유학 연수 이민 해외취업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떠나는 이유가 ‘생계형’에서 갈수록 ‘삶의 질 중시형’으로 바뀐다. 탈(脫)한국 현상이 생산적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교육서비스가 개선돼야 하고 투자규제 철폐, 새로운 리더십 확립 등이 필요하다.

집안에서 쇼핑 게임 음악감상 영화감상 운동 등 삶을 즐기는 ‘디지털 코쿠닝’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거실에 마련된 입체음향 스피커와 프로젝터용 스크린은 극장 것 못지않다.

나이 듦이 두렵지 않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활개 친다. 50대 나이지만 운동으로 몸매를 다져 젊은이 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가장 소득이 높은 세대는 50대 초반.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은 서문에서 “미래란 모르는 자에겐 두려움이고 아는 자에겐 즐거움”이라 전제하고 이 책에서 북한이라는 초대형 변수를 다루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