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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고희종]고품질 쌀로 경쟁력 키워야

입력 | 2004-12-23 18:24:00


다자간 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협상 당사자와 쌀농사를 짓는 농민, 아니 국민 모두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농산물 개방 압력의 파고가 몰려왔던 1990년대 초 우리나라 논 면적은 순식간에 15%나 감소했다. 그 뒤 정부 주도 하에 농업과 농촌 살리기가 시작됐지만 농업은 여전히 중병을 앓고 있고, 외국산 농산물과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경쟁력 차이도 좁혀지지 않았다. 토지 자본 인건비 등 기초 생산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외국처럼 쌀 재배면적을 대규모화하기 전에는 가격경쟁력 격차를 줄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양면전략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규모화와 생산비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단기적으로는 품질 경쟁력 저하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외국 쌀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수입된다고 해도 우리 쌀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쌀 시세는 끼니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원 정도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저급품의 저가 공세가 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외국 쌀의 품질이 우리 쌀보다 우수하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1999년 관세화를 수용한 일본의 경우 수입쌀은 저급품으로 취급돼 일본산의 절반 값에 팔리고 수입량도 소비량의 8.8%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해 쌀 시장을 개방한 대만에선 대만산보다 2, 3배 비싸게 팔리는 일본 미국 호주산 쌀이 대접받고 있다. 수입량은 소비량의 12.6%에 이른다. 수입 쌀에 의해 국내 쌀 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쌀은 고품질 쌀의 육종과 생산, 수확물의 처리 및 유통 저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관리체계를 갖춰 소비자에게서 최고 품질의 쌀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쌀은 어떤가. 1995년 쌀 시식회에서 우리의 일품 벼가 일본의 아키바레와 고시히카리 등을 제치고 식미 1위를 차지했지만 2위부터는 모두 일본 쌀이었다. 2001년 식미검정에서는 일품 벼와 새추청 벼가 고시히카리를 능가했다. 이처럼 우리가 최근 육성한 몇몇 품종의 맛이 아키바레 등을 능가한다니 우리의 쌀 경쟁력이 매우 높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정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일본에는 아키바레 등을 능가하는 품종들이 매우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품질화 육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품종의 층이 얇다. 우리가 고품질 품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밥맛이 반드시 품종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수확물의 건조 도정 저장 유통 등 생산 후의 상품화 과정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 분야 역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도 수십 종의 브랜드 쌀이 나왔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소비자의 신뢰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

고품질 품종 육성과 도정기술 등 수확 후 가공 처리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한다면 아무리 많은 수입 쌀이 들어온다 해도 우리 쌀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 농촌뿐 아니라 농업 벤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고희종 서울대 교수·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