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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부정에 연루된 아들…노점상 아버지의 ‘애끊는 호소’

입력 | 2004-11-25 06:46:00


“우리 아이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모든 잘못은 제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4일 오후 광주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동부경찰서 수사2계 사무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광주 S고 Y군(17)과 아버지(53)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Y군은 서울지역의 2개 명문 사립대 법대 2학기 수시모집 1단계에 잇따라 합격했을 정도의 우등생.

그러나 17일 시행된 수능시험에서 친구들의 요청에 못 이겨 수리와 외국어영역의 정답을 알려주는 ‘선수’로 활약해야 했다.

생필품 중개업을 하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한 Y군의 아버지는 노점상을 하며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왔다.

Y군 역시 이에 보답하듯 지난해 모 학술진흥재단의 장학생으로 뽑혀 2년 동안 장학금을 받아 온 것은 물론 학교에선 늘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다.

이날 Y군의 손을 붙잡고 경찰서를 찾은 아버지는 “이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우리 집은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얼굴이 초췌해진 아버지는 “이번 사건은 아이들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기성세대 모두의 잘못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일 밤샘 수사로 녹초가 된 수사2계 안모 계장(53)도 이들 부자의 딱한 사연을 듣다가 끝내 눈물을 글썽였으나 Y군을 도울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 표정만 지었다.

광주=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