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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영화 ‘노트북’…써도 써도 못다쓸 사랑의 판타지

입력 | 2004-11-17 18:24:00

10대에서 노년까지 계속되는 영원한 사랑을 그린 영화 ‘노트북’. -사진제공 영화인


기억을 잃어가는 노부인 앨리(지나 롤렌즈). 그의 옆에 있던 한 남자(제임스 가너)가 낡은 공책을 읽는다. 앨리는 그 이야기에 빠져 “정말 좋은 이야기로군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됐죠. 근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영화 ‘노트북(The Notebook)’은 한 남자에 대한 한 여자의 사랑 기록이자,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17세에 느낀 첫 사랑, 가난한 남자를 거부하는 앨리 집안의 반대와 전쟁,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기억상실 등 신파적 코드가 가득하다. 같은 알츠하이머병을 소재로 다룬 한국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젊은 시절에 다가온 사랑과 고통의 단면을 보여준다면 ‘노트북’은 평생에 걸친 사랑을 다뤘다.

‘노트북’은 인생의 황혼을 맞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플래시백(회상)을 통해 첫 사랑의 순간, 20대의 재회와 갈등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두 연인의 사랑이 멜로영화로만이 아니라 인생의 드라마로 읽히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을 믿는 노부부를 통해 균형을 잡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첫 사랑은 이뤄지는 법이 없다’ ‘사랑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어렵다’ 등 사랑에 관한 속설(俗說)을 배반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원한 사랑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영화적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사랑하는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365일 매일 편지를 쓰고 10대 때 두 사람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집을 만들기도 한다.

평생 사랑한 여자가 그 절절했던 사랑의 기억조차 잃어버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혹독한 슬픔이다. 하지만 영화는 슬픔을 가슴에 삭이면서 그것이 인생이고 사랑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의 두 배우보다는 노년을 연기하는 70대 가너와 롤렌즈의 연기가 더 매력적이다. 롤렌즈는 ‘존 큐’에 이어 이 작품을 연출한 닉 카사베츠 감독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병 속에 담긴 편지’ ‘워크 투 리멤버’를 쓴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

노트북 앞머리에는 기억을 잃기 전 앨리의 글이 있다. ‘소중한 당신에게 바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앨리.’ 당신도 앨리처럼 소중한 누구에게 남길 뭔가가 있는가?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