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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포럼/박성주]韓中日청년부터 교류하자

입력 | 2004-11-14 18:03:00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역에 이어 남미의 통합공동시장 결성이 급진전되고 있다. 미국은 아예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창설하려 하고 있으며, 동남아국가연합(ASEAN)도 2015년이면 역내 관세를 완전 철폐한 하나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정돼 있어 한국 중국 일본의 자유무역협정(FTA)도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바야흐로 전 세계에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짝을 지어 힘을 모으는 경제블록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블록화란 지역적 이점이 큰 국가들이 함께 뭉쳐 타 블록이나 외톨이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뒤 다시 블록 내에서 2차적 경쟁을 하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는 새로운 경쟁의 양상이다.

▼답보상태 FTA돌파구 필요▼

세계적인 경제 짝짓기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겨진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경제블록은 공동시장이 가져올 경제적 이득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협상 체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협력이 어려운 이유는 세 나라간에 역사적인 앙금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각 나라 농업과 비농업의 내부 산업간 조정이 어려운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제적 실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수출과 경제성장 기여도 등에서의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치열한 국가간 경쟁에서 경제적 실리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며 계산은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만 이익이 되는 일에 선뜻 나서서 협력할 나라는 없다. 협력이 잘 안 되는 문제를 푸는 핵심은 어떻게 하면 과거의 앙금을 걷어내고 서로 윈-윈의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실마리를 찾는 것이며, 이 점에서 EU의 경험에서 배울 점이 있다.

1950년 프랑스에 의해 제안된 EU가 25개국의 ‘다양성 속의 하나’를 지향해 유럽 통합을 이루게 된 데에는 정치적 타협과 ‘유로’의 도입 등 정치 경제적인 노력과 함께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교육의 역할이 컸다.

EU의 교육 협력은 1976년 교육부 장관들이 모여 각국의 교육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네트워크 ‘유리디스’를 창설한 것으로부터 출발해 ‘소크라테스’ ‘템푸스’ ‘에라스무스’ 등의 교육사업을 통해 발전되어 왔다. 대표적 사업인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는 유럽 각국 대학생 및 교수들의 교류와 학교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초기에는 정보 교류가 중심이었으나 1986년에 ‘에라스무스’로 발전하며 실질적인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현재는 매년 수십만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하거나 함께 연구한다.

교육을 매개로 한 EU 내 젊은이들의 인적 교류는 오늘날 하나의 유럽이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소가 되었다. 젊은이들의 교류는 한때 적이던 사이를 친구로 만들어 주었고, 학생들의 77%가 두 나라 이상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시아에서도 지역 전체 차원의 교육 교류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10월 중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주창으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영대 학장들이 서울에 모여 아시아-태평양 경영대학협회(AAPBS)를 결성하고 아시아 경영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제협력의 인프라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각 분야에서의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은 궁극적으로 공동시장 형성의 밑받침이 될 것이다.

▼인적네트워크 구축이 급선무▼

21세기의 주역인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움직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젊은이들의 교류가 필요하다. 각 나라는 당장의 실익을 따지기보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의 ‘친구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EU에서와 같이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공동 펀드를 조성해 젊은이들의 교류를 위한 범아시아적 ‘공자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