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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공종식/경제력과 자살의 함수

입력 | 2004-10-03 18:12:00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세계 각국의 사망원인을 보면 자살률과 국민소득이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한 한국의 자살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전인 1993년까지만 해도 사망원인에서 9번째였던 자살이 지난해에는 5번째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지요. 10만 명 당 자살은 10년 사이에 10.6명에서 24.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자살률 급증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자살이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스위스나 일본처럼 잘사는 국가의 자살률이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좀 처지는 국가의 자살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나요.

그런데 놀랍게도 자살률은 일인당 국민소득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10만명당 자살률에서 일본은 19.1명이었고, 역시 부자국가로 손꼽히는 스위스도 16.2명으로 자살률이 높았습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리스 포르투갈 멕시코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선진국 클럽인 ‘OECD’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에 속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는 10만명당 자살률이 3.1명으로 가장 낮았고, 멕시코(3.8명)와 포르투갈(4.2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자살률이 낮은 국가는 대체로 라틴계통 국가나 아니면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 국가라는 점입니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삶을 대체로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지요. 이탈리아(5.7명)와 스페인(6.9명)도 자살률이 낮았습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불행하다고 느끼는 분이 있나요. 그러나 한번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마음의 부는 물질적인 부에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욕구에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욕구가 커질수록 마음은 더 가난한 셈이지요.

살아가는 게 힘들어질 때에는 이들 국가의 낙관주의를 배워 보는 것도 힘든 시절을 견디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