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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정권에 우회적 경고?

입력 | 2004-08-12 18:57:00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박 대표에게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12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민감한 정국 현안에 대해 작심한 듯 얘기를 했다. 지난해 2월 퇴임 이후 그는 줄곧 정치적으로는 ‘중립지대’에 머물렀다.

현실주의자로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위를 존중했다. 올해 초 81회 생일 때는 “현실문제에 침묵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위사람들의 권유에 대해 “퇴임한 사람에겐 한계가 있다. 국내 정치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4·15총선과 노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도 선을 결코 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제문제에 대해 그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우회적 경고와 불만의 표시로 해석됐다. 특히 현 정부가 야당 및 일각의 경제 위기론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표와 별다른 이견 노출 없이 “이대로 가면 경제가 상당히 위험해진다”며 사실상 경제위기론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정치문제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은 경제분야를 선택해 김 전 대통령이 국가원로로서의 경고음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하다.

박 대표에 대한 격려와 배려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 화해 협력과 관련해 회동 내내 박 대표에게 북한에 직접 가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을 강권하다시피 했다. 2000년 정상회담 중 김 위원장에게 들려준 이야기도 소개했고 회동이 끝날 무렵에는 다시 한번 “북으로 가서 한나라당 정책을 말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가 “아버지 시절에 여러 피해를 본 것을 딸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하자 동서화합에 대한 박 대표의 역할론을 언급하며 화답한 것도 박 대표에 대한 의례적 언사 이상의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이례적인 김 전 대통령의 박 대표에 대한 ‘배려’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단 박 대표가 6월에 열린 6·15정상회담 기념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것에 대한 감사의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발언을 단순히 답례의 차원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검법 통과 등으로 남북 관계 등을 놓고 김 전 대통령이 현 정권에 대해 갖고 있는 서운함과 평생 자신을 사슬처럼 묶은 지역감정의 해소에 대한 모종의 고려 등이 뒤섞여 이날 언급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표는 13일 오전 긴급 민생점검회의를 갖고 민생경제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대표가 만난 전직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박 대표는)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