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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6자회담]北 “美 적대 중단땐 核포기” 되풀이

입력 | 2004-06-23 18:51:00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북한 핵 폐기(CVID)’를 포기하면 핵 동결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북한)

“‘영원히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북-미 관계를 구축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데 유리하다.”(미국)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3차 6자회담의 첫째 날 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개막 인사부터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6자회담 교착상태 깰 수 있을까=김 부상은 이날 “이번 3차 6자회담은 의례적 행사가 아니라 조-미(북-미)간의 핵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지속되고 있는 교착상태를 타개해야 하는 결정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실질적 진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북한측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제시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우리(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모든 핵무기 계획을 투명성 있게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의 ‘핵 동결 대 보상’안에 대해 미 대표단으로부터 새로운 말을 듣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켈리 차관보는 이날 북한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CVID’란 용어 대신 ‘영원히 핵무기 없는 한반도’ ‘전면적 비핵화 실현’이란 표현을 쓰는 유연성을 보였다. 미국은 실제로 이번 회담에 대비해 핵 폐기를 전제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전제(미국의 적대시정책 포기)와 미국의 전제(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선언)가 서로 달라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해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협상의 어려움에 대한 고충과 실질적 진전에 대한 의지를 함께 토로했다.

▽‘김선일씨 사건’ 애도=이날 오전 댜오위타이 17호각에서 열린 남북 사전 양자협의에서 북측 차석대표인 이근(李根)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은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 부국장은 “인질범들이 돈을 요구했느냐”고 물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도 이날 개막 인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강한 유감과 ‘반인륜적 테러 행위’에 대한 규탄 의사를 차례로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김 부상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베이징=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