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전직 경찰관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간부로 돌변했다. 영국 BBC방송은 21일 전직 경찰인 살레 모하메드 알 아우피(38)가 알 카에다의 사우디지부 총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사우디지부 총책이던 압둘 아지즈 알 무크린이 18일 사우디 보안군에 의해 사살되면서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미국인 인질 폴 존슨의 납치와 살해를 주도했던 무크린이 사살된 뒤 사우디의 알 카에다 조직은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아우피의 등장으로 사우디에서 또 다른 테러가 시작될 것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지명 수배한 테러리스트 명단의 5번째 요주의 인물.
첫 번째 수배자인 무크린을 포함해 알 카에다 사우디지부의 서열 1, 2위는 모두 18일 사살됐다. 3번째 서열 라칸 모흐신 모하메드 알 사이한은 교전 중 부상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4번째 카림 알토하미 알 모자티는 모로코 출신이어서 사우디지부를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 결국 아우피가 새로운 지도자로 떠올랐다.
사우디 언론에 따르면 아우피는 리야드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사우디 교도소 경비대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 고향인 메디나에서 교도소 경비로 근무한 그는 1992년 부정행위를 저질러 파면됐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간 그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입했고 체첸전쟁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메디나로 돌아와 자동차거래소를 차린 그는 이곳에서 테러활동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피는 알 카에다 사우디지부의 비밀훈련소에서 훈련과 모병 및 병참 책임자로 일해 온 경력으로 인해 무크린보다 더 위협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2001년 9·11테러 직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만나는 등 꾸준히 테러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
AP통신은 사우디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가 사우디 경찰 출신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의 테러전문가 에번 콜먼은 “아우피는 사우디 보안군의 전술과 인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비록 사우디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사우디 보안군 내에 알 카에다의 조직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도 아우피의 이력을 의식한 듯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사우디 내무부 대변인 사우드 무사이비는 아우피의 등장에 대해 “우리는 그런 문제(경찰 출신)에 관심이 없다”며 “그들은 모두 살인자이고 범죄자이며 안보의 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