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는 지점장이 가지고 있던 대출 권한이 본점으로 넘어가면서 대출 절차나 기간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본점이 재무제표 등 수치만을 가지고 회사를 평가하면 중소기업은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콜린스 손국일 대표)
“은행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기업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질 기미가 보이면 자금을 회수해버리는 관행은 여전합니다. 기업이 어려울수록 도와주는 상생 관계가 아쉽습니다.”(명진산업 전병진 대표)
8일 경기 수원시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우리은행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30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은 어려운 경영환경과 빈약한 금융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황 행장은 “은행이 자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빚쟁이가 아닌 중소기업 경영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간담회 내내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계속됐다.
한림포스텍 정춘길 대표는 “기술력만 있고 담보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지금 전쟁을 하고 있다”며 “신생 중소기업에 대한 성의 있는 지원을 부탁한다”고 읍소했다.
㈜우리의 정갑철 대표는 “중소기업은 그동안 대기업에 치여 정부 정책 및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등에서 외면돼 왔다”면서 “자부심은 있지만 자신감이 없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대광 다이케스트 김영천 회장은 “올해 초 원자재 파동을 겪으면서 알루미늄 등 원자재가격이 작년 말보다 10%나 올랐다”며 “원자재 공급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구입가격의 절반을 현찰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행장은 “신생 중소기업이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대량생산체제, 마케팅이라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 컨설팅과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은행의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황 행장은 또 “우리은행이 추진 중인 사모펀드(PEF)를 중소기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추석 전까지 중소기업 특별금융지원 기간으로 정해 신용보증기관과 연계해 내수위주의 영세 우량 중소기업에 6000억원을 신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황행장의 약속을 일단 믿어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에이스전자 주영종 사장은 “은행들이 앞 다퉈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지만 중소기업에 보탬이 되고 있지 않다”면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도 이날부터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청취하기 위해 경기 시화공단을 필두로 전국 주요공단 순회방문에 나섰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