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가 된 중증 응급환자와 독감, 복통 등 경증 응급환자가 뒤섞여 아무렇게나 누워 있다. 경증환자들은 중증환자의 고통을 접하며 공포감을 느낀다.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의사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응급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응급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주5일 근무제에 맞춰 대형 병원들이 잇달아 응급실을 확대 개편하면서 차분한 진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벌써부터 응급실에서 사실상의 ‘준(準)외래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응급센터 확대 움직임=주5일 근무가 시행되면 주말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응급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응급센터의 비중이 매우 커져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주말 병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응급센터를 세분화했다. 어린이를 전문으로 하는 소아응급실을 따로 구분했고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를 분리해 치료한다. 또 응급처치가 끝난 환자가 입원하기 전에 머물 수 있는 30개의 병상도 별도로 준비했다.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서울대병원도 최근 응급센터를 크게 확장했다. 종전에 비해 면적이 5배 정도 커졌고 병상 수도 종전의 40여개에서 100여개로 늘었다. 별도로 수술실까지 갖추었을 정도다.
강북삼성병원과 강동성심병원도 최근 응급센터를 확대했다. 세브란스병원도 12월 문을 여는 새 병원의 응급센터를 확대할 예정이며 삼성서울병원도 신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응급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차분한 진료가 가능하다=응급처치에 급급한 기존의 응급실과 달리 새로 문을 연 응급센터들은 대부분 별도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따라서 환자들은 주말에 응급센터를 찾아도 평일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응급센터 안에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응급환자를 1차 진료하는 예진코너를 마련했다. 환자를 본격적으로 진료하기 전에 먼저 어느 과에 가야 적합한지를 알보는 것.
서울아산병원은 아예 7개의 진료실과 12개 병상을 별도로 뒀다. 의료진도 크게 보강돼 127명이 응급센터에 상주한다. 또 보호자 대기실을 별도로 만들어 환자의 안정을 고려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
대량 출혈이나 심폐기능 정지 등 중증의 응급환자는 별도의 구역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것도 크게 바뀐 부분이다.
경증환자나 어린이들이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 받는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사망환자의 이동 과정도 철저하게 통제돼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