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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서기원/‘韓流’ 기다리는 카자흐스탄

입력 | 2004-02-20 18:34:00


카자흐스탄을 처음 방문하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식당에서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여러분을 ‘과묵한 카자흐인’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카자흐인들의 외모는 한국인과 비슷하다.

카자흐스탄은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인구는 1500만명에 불과하지만 131개의 민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다민족국가다. 카자흐스탄의 경제 문화 중심지이며 최대 도시인 알마티는 동서양계 인구가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알마티는 이들이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 마찰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해 주는 도시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 전체적으로는 몽골 및 터키인과 가까운 ‘카자흐인’이 53%로 가장 많지만 그 밖에도 위구르, 타타르, 고려인 등 ‘아시아계 인종’과 러시아인(30%)을 포함한 독일, 폴란드 등 ‘유럽계 인구’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각종 분쟁 중에는 민족 문화 종교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많지만 적어도 카자흐스탄에서는 이런 마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 같은 학교에서 성장하고 공부해 왔기 때문에 타민족에 대한 질시와 차별이 없기도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언어와 그 문화를 통해 상호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카자흐어를 쓸 것을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상점이나 식당, 비즈니스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러시아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외국에 있다는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와 흡사한 외모의 카자흐인이나 고려인 총각들이 금발에 파란 눈의 러시아 처녀와 손잡고 산책하며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카자흐스탄은 오랜 기간 구소련의 구성국가였기 때문에 아직 러시아와 유사한 제도 및 법률을 갖고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카자흐스탄에 적응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면 향후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에 진출할 때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여러 민족이 살고 있으며 민족마다 상이한 문화와 관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족별 특성에 따른 의식주 부문의 선호도를 조사해 이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한 시장 진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카자흐인은 유목민족으로서 ‘세계에서 늑대 다음으로 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다’고 한다. 반면 중앙아시아 내륙 한복판에 위치해 해산물은 매우 귀한 편이다. 따라서 육류가공업이나 냉동수산물 창고업 진출이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현지 러시아인들은 스포츠와 레저, 패션에 관심도가 높아 관련 용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카자흐스탄은 외국문화에 대한 관용과 이해심이 높고 이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다. 우리의 문화관련 산업과 상품이 진출할 경우 카자흐스탄을 기점으로 중앙아시아에 새로운 ‘한류 열풍’이 불어 닥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기원 KOTRA 알마티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