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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병훈/자연박물관 추진委부터 구성을

입력 | 2004-02-11 19:21:00


지난해 일본 규슈에 있는 인구 100만명의 기타큐슈시 시립 자연박물관에 가본 일이 있다. 장폭이 100m나 되는 메인홀에는 거대 공룡화석 10여점이 전시돼 있었고, 매일 약 2000명의 방문객이 몰리고 있었다.

이 박물관은 1974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마쓰모토가 그 지방 야마다의 탄약고 옛터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어류화석이 계기가 돼 세워진 것이다. 그것이 백악기 청어과 어류 중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밝혀지자 지방 유지들이 자연박물관 건립 운동에 나서 81년 문을 열었다.

어디 일본뿐인가. 세계 각국은 공룡화석 등 자연계를 구성하는 자료 및 현상, 자연의 역사에 관한 자료를 다루는 자연박물관에 앞 다퉈 투자하고 있다. 태국은 몇 해 전 수도 방콕 교외에 국립과학박물관을 연 데 이어 최근에는 국립자연박물관을 세웠다. 북한도 김일성종합대에 자연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자연박물관이 거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립자연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 땅, 우리의 자연에 대한 연구와 보전 없이는 문화적 정체성도, 국제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 비무장지대와 제주 울릉도의 독특한 자연, 그리고 남해안에서 숱하게 발견되는 공룡 발자국만으로도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의 국립자연박물관에는 매일 1만여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유럽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2배 이상 높고 독특하다. 이렇게 뛰어난 문화관광 자원의 ‘노다지’를 잠재우고 있는 셈이다.

올해 10월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정부는 당장 국립자연박물관 설립 추진위원회와 기획단을 만들어 확실하게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모습만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이병훈 자연사박물관연구협회장·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