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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손욱/갑신년…손오공의 교훈

입력 | 2004-01-25 18:30:00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상징이 손오공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과 총명한 머리, 명랑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손오공이 올림픽 정신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갑신년 원숭이해를 맞아 우리의 처지를 손오공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다.

화과산이라는 돌산에서 태어난 손오공은 온갖 재주를 부리다 급기야 스스로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고 신격화하며 건방을 떨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폐허에서 값싼 노동력과 설비투자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국민소득 1만달러에 이르자마자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했던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오만불손하던 손오공은 부처님의 다섯 손가락에 막혀 꼼짝도 못하게 됐다. 승승장구할 줄만 알던 우리 경제가 선진국, 선진기업의 장벽에 부닥쳐 꼼짝할 수 없게 된 것과 같다. 우리는 선진기업의 특허, 표준화, 지식경영, 경영혁신, 기술혁신이라는 다섯 가지 경쟁력의 기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손오공이 결국 부처님의 징벌을 받아 오행산에 500년간 갇히게 된 것과 같이 우리는 마의 1만달러 벽에 부닥쳐 8년간 고생하고 있다.

이것이 손오공 이야기의 끝이라면 우리에게는 얼마나 낙담일까. 하지만 오행산에 갇혀 있던 손오공은 다행히도 삼장법사를 만나 깨달음을 얻고, 고난 끝에 결국은 천축국의 불경을 구하게 된다. 1만달러 벽에 갇혀 있는 우리나라에도 희망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동안의 시행착오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다시 힘을 내 소득 2만달러, 3만달러를 향한 여행을 계속해 결국은 선진국에 도달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손오공에게는 천축국까지 고난을 헤치고 갈 수 있었던 무기가 있었다. 여의봉, 근두운, 머리띠가 그것이다. 여의봉은 도술 능력이었고 근두운은 기동력이었으며 머리띠는 손오공이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해 주는 채찍이었다. 소득 2만달러, 3만달러로 가는 도정에 놓여 있을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우리도 여의봉, 근두운, 머리띠로 무장해야 한다.

첫째, 대량생산과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수출 중심 정책으로 견인하던 경제를 과학기술경쟁력으로 견인하는 경제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여의봉이다.

둘째, 정부가 주도하는 설비투자 중심의 경제에서 민간기업의 자율과 경쟁이 이뤄지는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세계와 경쟁할 때 기동력을 확보케 하는 근두운이 된다.

마지막으로 원칙과 질서가 준수되고 상호 신뢰의 풍토를 조성해야만 과학기술강국의 꿈도, 자유시장경제 확립도 이루어질 수 있다. 선진시민정신이라는 머리띠가 필요한 것이다.

본래 갑신년은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는 변화의 해라고 한다. 2갑자 전인 1884년에는 갑신정변의 개혁이 있었다. 2004년의 갑신년은 우리 민족에게 어떤 변혁의 해가 될 것인가.

올 한 해가 과학기술강국, 자유시장경제, 선진시민정신의 세 가지 무기를 갖춰 도약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