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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만신창이 챔프 "싫다싫어"…女복싱 챔피언 이인영 잠적

입력 | 2004-01-14 17:57:00

그래픽 강동영기자


국내 최초의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이인영(산본체육관)이 잠적했다.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1차 방어전을 치른 게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이인영은 한 번도 체육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트레이너인 김주병 산본체육관장, 프로모터인 변정일씨(전 세계챔피언·BJI프로모션대표)와도 연락을 끊었다. 물론 방어전 이후 한 번도 훈련한 적이 없다. 아무도 이인영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통상 3개월 내에 다음 방어전을 치러야 하지만 아직 2차 방어전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타이틀을 넘겨줘야 할 판이다.

남자 못지않은 파이팅과 근성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이인영. 한때 알코올중독자였다가 복싱을 하면서 술을 끊어 ‘인간승리’로까지 불렸던 이인영. 그는 그렇게 원한 세계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뒤 왜 방황하고 있는 걸까.

#트레이너-프로모터 싸움

복싱계는 이인영 방황의 원인을 트레이너와 프로모터 갈등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후원업체 선정문제가 걸려 있다.

김 관장은 모 건설회사를 공식 후원업체로 삼자고 주장하는 반면 변 프로모터는 다른 기업체를 스폰서로 지정하려는 입장. 각자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이인영은 내가 키운 선수로 내게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변 프로모터는 “나는 이인영이 챔피언이 될 때까지 후원업체를 찾지 못해 자비를 투자했고 총 1억여원의 손해를 봤다”며 반감을 표시했다.

이들의 싸움은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태세다. 김 관장은 최근 새로운 체육관을 개관했는데 변 프로모터가 이를 두고 “이인영을 이용해 체육관을 얻었다”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것.

대전료도 문제. 이인영은 챔피언 도전 당시 600만원 정도를 대전료로 받았고 1차 방어전 때도 5000만원에 그쳤다. 이인영은 대전료가 너무 적다며 변 프로모터와 갈등을 빚어왔다.

#마산에서 날아온 편지 이인영이 최근 소식을 전해 온 것은 이틀 전인 12일. 김 관장에게 보내온 편지 한 통이 전부다. ‘조만간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는 내용.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언제 찾아가겠다는 내용도 전혀 없었다.

봉투에 찍힌 소인은 경남 마산시. 마산시에 지인이 없다는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이인영은 현재 혼자 지방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거취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소문도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세춘 한국권투위원회 사무총장은 “트레이너와 프로모터의 감정싸움 때문에 국내 유일의 현역 챔피언이 희생될 위기에 처했다”며 “두 사람은 무조건 타협해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