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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고기정/잇단 실수…스타일 구긴 재경부

입력 | 2003-11-23 18:19:00


최근 재정경제부가 연이은 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부처간 정책 조정을 못해 ‘뒤통수’를 얻어맞는가 하면 전혀 사실과 다른 해명자료를 내놓아 빈축을 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엠바고(보도제한)를 깨 해당 기관의 반발을 사는 사례도 있어 스스로 위상을 격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19일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가 끝나고 보건복지부는 내년 5월부터 담뱃값을 500원씩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부처간 협의가 끝났다는 뉘앙스였습니다. 발표 직후 재경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재경부는 인상시기와 폭, 담뱃값 인상으로 생기는 재원의 사용처를 내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을 협의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담뱃값 인상 문제는 복지부가 올 들어 꾸준히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무수한 논의가 있었지만 재경부가 복지부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듯합니다. 더욱이 복지부가 기습적인 발표를 하고 재경부가 뒤늦게 이를 해명할 정도로 보기에 안쓰러운 상황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거짓말 사례입니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를 마친 뒤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규모의 적자 재정을 편성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연합뉴스가 이와 관련한 기사가 보도되자 재경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IMF가 그 같은 권고를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19일과 20일 국회에서 IMF가 적자 재정을 권고했으며 재경부도 3조원 규모의 적자 재정 편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전날의 해명자료를 스스로 뒤집었습니다.

21일에는 김 부총리가 모 기관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김 부총리의 발언 시간이 오전 8시라는 것입니다. 3·4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오전 8시30분에 발표하는 것으로 엠바고가 걸려 있었습니다.

한은은 경제정책에 참고하라고 협조 차원에서 자료를 하루 먼저 건네 줬는데, 엠바고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김 부총리가 이를 깨버렸다며 몹시 불만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