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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종훈/'더불어 사는 세상 배우기'

입력 | 2003-11-09 19:27:00


한국군 2차 파병을 앞두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미군 등에 대한 테러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더 많은 군대를 투입해서, 한쪽에서는 법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업들이 모색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접근방식으로는 외국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하지 않는 한 어떠한 접근도 근본 치유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국제이해교육이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이해교육은 1945년 유네스코가 도입한 개념으로 타문화 이해, 세계화, 평화, 인권, 지속가능한 발전 등 5가지 주제를 통합적으로 교육해 더불어 사는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학교에서 국제이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초중고교에 총합학습 시간을 설치해 국제이해교육을 실시한다. 호주는 초등학교부터 중등학교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기’ ‘지구적으로 바라보기’ ‘지구적으로 행동하기’ 같은 자료들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우리도 제7차 교육과정부터 국제이해교육이 초중고교 재량활동 과목의 하나로 채택되는 등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교육자료도 조금씩 개발되고 있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은 2001년 ‘더불어 사는 세상 배우기’를 펴낸 데 이어, 올해에는 ‘국제이해교육 교육과정’ 등의 교재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초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국제이해교육 연수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선학교와 교사들의 관심과 인식은 아직 미약하다. 교사들은 국제이해교육을 어떤 과목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연해 한다. 한국 교사들은 국제이해교육을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사회와 외국어 등 특정과목에서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이해교육은 모든 과목에서 다양한 내용과 방법으로 실시할 수 있다. 체육시간이나 실과시간에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초청해 해당 국가의 전통놀이나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국제이해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미술 시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감상한 뒤 일상생활에서 평화와 전쟁을 표현하고 상징하는 그림이나 조형물을 조사해서 발표하게 할 수도 있다. 과학 시간에는 2차대전의 난민이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험이나 개인사를 조사해 발표하도록 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세계화 사회, 지구촌을 살아가는 데 국제이해교육은 ‘필수과목’이다. 세계적인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체제 속에서 학생들이 변화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재량활동 시간뿐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이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교사들이 관련 연수에 적극 참가해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안목과 이해를 넓혀야 할 것이다. 사범대학 교육대학 등 교사양성기관에도 국제이해교육 강좌를 서둘러 개설해야 한다.

김종훈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교재편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