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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승계 새 모델 제시 사랑의 교회 옥한흠-오정현 목사

입력 | 2003-09-04 18:19:00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나란히 앉은 옥한흠 목사(왼쪽)와 오정현 목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서정보기자


“아름다운 만남, 멋진 커플.”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65)는 9월 후임목사로 부임한 오정현 목사(47)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년 5년을 남기고 은퇴하는 옥 목사와 40대 젊은 피가 흐르는 오 목사를 3일 사랑의 교회 본당 2층 담임목사실에서 함께 만났다. 둘 다 바빠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지 이들은 만나자마자 포옹하며 반겼다.

그동안 대형교회 목사들이 후임목사 선정과정에서 ‘세습’과 ‘편법’으로 말썽을 빚었던 것에 비하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룬 사랑의 교회는 교계의 화제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옥 목사가 쓰던 담임목사실의 주인은 오 목사로 바뀌어 있었다. 옥 목사는 4층의 작은 방으로 옮겼다. 오래 준비해온 일이지만 인간적으로 섭섭한 마음은 없었을까.

“내가 껄껄 웃고 다니니까 교인들도 내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던데…”하고 말을 꺼낸 옥 목사는 “행복하다. 새 목사 부임으로 교회 전체가 꿈을 꾸게 됐고, 그만큼 젊어지고 박력 있어진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한 3년 만 더하면 어떻겠나’ 하는 인간적 바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땐 오 목사가 50대가 된다. 40대와 50대의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가장 좋은 시기에 물러나는 게 옳다고 봤다.”

옥 목사는 7년 전부터 후임자를 물색해왔다. 여러 명을 관찰하던 옥 목사는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인 오 목사를 적임자로 판단하고 4년 전 의사를 타진했다.

“처음 옥 목사의 얘기를 들었을 땐 감사하기도 했지만 부담이 많았다.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교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목회자의 교회를 물려받는 것은 십자가를 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옥 목사가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교회의 유익을 구하는 것에 감동받아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오 목사는 2일 이 교회 순장(지역별 대표) 2000여명과 상견례 모임을 가졌다. 그는 “강단에 올랐는데 ‘은혜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임 목사가 보통 교회시스템을 물려주는 것에 그치는 데 비해 옥 목사는 영성과 소명, 비전 그리고 잘 훈련된 신자들까지 물려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보통 대형교회에는 전임 목사의 카리스마가 강하기 때문에 후임 목사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옥 목사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3년 전부터 내 생각이 무엇인지 교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한마디로 목사가 늙으면서 교회도 늙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교인들이 이해했다. 12월까지 공동목회를 하지만 철저하게 오 목사 편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오 목사도 패기 있게 말을 받았다.

“세상에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교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김의 자세를 사회에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몸을 낮추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