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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장갑차 점거-수배해제는 별개"]청와대 "한총련 딜레마"

입력 | 2003-08-11 18:57:00


청와대가 한총련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장갑차 점거 사건으로 그동안 한총련 합법화를 추진해온 기존의 입장이 매우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사태가 다소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 탓인지, 11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8일 오후 참모진을 통해 미국측에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달한 뒤 사태의 수습을 고건(高建) 국무총리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듯한 노 대통령의 모습에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임이 엿보인다.

11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미군 장갑차 점거 사건과 한총련의 합법화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규정한 것도 청와대의 고민을 드러낸 대목이다. 문 수석은 이날 한총련 단순가입자에 대한 수배해제조치 검토라는 기존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한총련의 자기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총련의 합법화에는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한총련의 강령 개정 등 한총련 스스로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총련 합법화를 결정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 때문에 그동안 한총련의 내부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으나 이번 사건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여하튼 한총련의 시위 사건 이후 청와대 내에서는 한총련 합법화는 계속 추진하더라도 당분간은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용납하지 않는 상황이고,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한총련에 대한 강경대응론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8일 김희상(金熙相) 대통령국방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학생들의 장갑차 점거 당시 미군이 실탄을 장전하고 있었는데,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며 “15, 16일에도 비슷한 시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에서 철저하게 대비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김 보좌관과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을 통해 미국측에 노 대통령의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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