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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포석 人事의 세계]방준혁 넷마블 사장

입력 | 2003-06-01 18:19:00

3월 2일 넷마블 창립 3주년을 기념해 전직원이 관악산에 올랐다. 오른쪽 맨 앞이 방준혁 사장.-사진제공 넷마블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입사 지원자에게는 가산점을 줄 수 있다.”

넷마블 방준혁 사장이 최근 회사 직원들과 대화 도중 털어놓은 말이다. 실패는 언뜻 무능함과 연결될 위험도 있지만 방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실패의 쓴맛을 본 사람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이를 발판 삼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입사 지원자의 이력서에서 회사를 옮긴 경력을 발견하면 그 원인과 과정 등을 세세히 묻는 편이다. 실제 넷마블에는 망했거나 누가 봐도 실패한 회사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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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넷마블 인재 채용의 원칙. 이력서에 학력을 쓰는 칸은 있지만 방 사장은 “형식일 뿐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회사 내에서 서로의 학력을 묻지 않는 것도 불문율. 서울벤처밸리에서는 ‘넷마블은 벤처기업 가운데 평균 학력이 가장 낮은 회사’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력서 상의 경쟁력은 어차피 대기업을 따라갈 수 없어요. 그저 일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안정된 연봉과 백그라운드를 원하면 대기업으로 가고, 사생활을 원하면 공무원을 하라 이겁니다. 나는 일에 젊음을 바칠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직원들이 일에 너무 미치는 게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게임 개발 담당 직원들이 잠도 자지 않고 매일 새벽까지 게임에 몰두했던 것. 업무 성과는 올라갔지만 상당수가 낮에는 멍하니 앉아 있거나 졸기 십상이었다.

‘사람이 먼저 망가지겠다’고 생각한 방 사장은 근무시간 바로잡기에 나섰다. 잠을 자지 않는 직원들의 등을 떼밀며 재우느라 오전 1시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날이 반복됐다.

출근시간도 감독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에는 정각 9시부터 막대 자 하나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밤늦게 일하느라 지각한 직원들의 손바닥을 때렸다. 장난하듯 가볍게 치는 수준이었지만 규칙 준수에 대한 사장의 의지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반응.

이처럼 그는 조직의 체계 유지와 규율 준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다니는 직원들에게는 직접 꿀밤을 때린다. 톡톡 튀는 게임 기업답지 않게 사무실 벽에 ‘절대 정숙’이라는 커다란 문구가 쓰여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가 벤처기업에 꼭 필요한 소수의 끼를 죽이거나 천방지축형 천재의 능력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장시킬 위험은 없을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우리가 대기업이었다면 틀에 박힌 관행과 사고방식을 깨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을 겁니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반대로 조직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그의 이런 조직관리와 경영은 벤처기업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분석이 깔려 있기에 가능하다. 회사가 어느 단계에 와 있고 그 특성에 따라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방 사장은 ‘튀는 인물이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다’는 막연한 일반론도 뛰어넘는다. 넷마블의 한 직원은 “벤처기업이지만 평범하되 성실한 사람의 우직성도 넉넉하게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원들은 사전 예약을 해야 사장과의 면담이 가능한 반면 일반 직원들은 아무 때나 사장을 만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해 놓았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개진을 유도하기 위한 이 방침은 직원들의 호응이 좋은 편. 직접 얼굴을 내밀기 쑥스러운 직원들을 위해 사장실 앞에는 항상 편지지가 준비돼 있다. 한 직원은 최근 예쁜 꽃무늬 편지지에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써서 전하기도 했다.

모회사인 플레너스와의 합병이 발표된 26일. 방 사장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합병 추진의 경과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세세히 설명했다. 회사가 어려워 넷마블의 지분 51%를 플레너스에 넘기던 2001년 초, 동요하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비전을 제시한 지 꼭 1년6개월 만에 다시 소집된 전체 모임이었다. 이 자리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진 방 사장을 보며 일부 직원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한 직원은 “창사 이래 이직자가 거의 없고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배어나는 분위기는 방 사장식 인재 채용과 관리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