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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쟁점]'종묘앞 시위금지' 법개정 추진

입력 | 2003-05-14 18:20:00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종묘의 정전. 가로로 쫙 펼쳐진 건물과 널찍한 월대(앞마당에 설치한 섬돌들)가 정적이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종묘 밖 종묘공원에서는 3일에 한번 꼴로 집회가 열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종묘(宗廟) 앞 종묘공원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회가 종로4가 종묘 앞 종묘공원에서의 시위를 금지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의회는 집시법을 개정해 달라고 국회, 경찰청 등에 건의한 데 이어 9일부터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14일 현재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회원과 주변 상인 등 3만5000여명이 서명했다.

▽종묘와 현실=종묘는 조선조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곳. 제사공간이어서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종묘 앞 종묘공원에서는 매년 집회가 100여 차례 열리고 있다. 참가자는 10만여명.

잦은 시위로 종묘의 분위기가 훼손되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쟁점은 ‘법으로까지 시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현행 집시법은 청와대 국회의사당 외국공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100m 이내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문화재 주변에서의 금지 조항은 없는 상태다.

▽“법으로 금지해야”=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종로구의회 나재암 의원은 "잦은 시위로 인해 종묘 분위기 훼손은 물론 한국의 문화 이미지까지 실추되고 있기 때문에 종묘와 같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주변에서는 시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시법을 보면 국내 대표적 문화재가 외교사절 숙소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구의원은 시위 때문에 세운상가 등 주변 상가도 큰 피해를 보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으로 금지하는 건 기본권 침해”=법으로 집회를 금지할 경우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데다 조용한 소규모 집회조차 불가능해져 공원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화연대 문화유산분과 김성한 간사는 “종묘의 조용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면서 “대신 시민들의 자발적인 시위 자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종묘 바로 옆엔 쓰레기 집하장 등 분위기를 해치는 요인들이 많은데 유독 시위 문제만 거론하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종묘를 생각하기보다는 주변 상권 활성화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