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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신경전달 물질' 조절 범죄자 없애

입력 | 2003-03-30 18:07:00


범죄자는 한 가족에 한꺼번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형이 사나우면 대체로 동생도 사나운 것이 보통이다. 놀부와 흥부는 예외에 해당된다.

1993년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한 가계는 ‘구제불능 가족’이었다. 그 가계의 거의 모든 남자가 방화에서부터 강간미수까지 다양한 범죄에 연루돼 있었다.

학자들은 이들에게서 카테콜라민계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MAO-A를 코딩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X 염색체 위에 있다. MAO-A의 이상은 이들의 뇌에서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했을 것이고 이러한 불균형이 공격적 성향을 증폭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처럼 가족력을 갖지 않은 일반적인 범죄에도 MAO-A 유전자가 관여하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MAO-A가 공격성, 범죄와 관계되는 유일한 유전자는 절대 아니다. 생쥐에서는 MAO-A를 포함, 적어도 15개의 공격성과 관계되는 유전자가 밝혀지고 있다.

유전적이든 아니든 공격적 행위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이상과 연관된다.

미국 시카고대의 정신과 의사 에밀리 코카로는 신경전달물질 중 특히 세로토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실험 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척수액을 조사해 보면 공격적인 사람 혹은 범죄자에게서 세로토닌의 대사산물이 감소돼 있다. 즉 이들의 뇌에는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동물에게 세로토닌을 감소시키는 약을 투여하면 공격 행동이 늘어나고 증가시키는 약제를 투여해 보면 줄어든다. 그러나 뇌 신경세포에서 세로토닌이 작용하는 수용체는 적어도 14 종류 이상이며 따라서 세로토닌은 무수히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중 1B 수용체가 공격성에 중요하다고 코카로 박사는 주장하지만, 세로토닌과 공격성의 관계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정확하다.

게다가 공격성과 관계된 신경전달물질이 세로토닌뿐만은 아니다. 예컨대 페리스라는 학자는 공격적인 햄스터의 뇌 시상하부에 바조프레신이라는 물질이 증가돼 있음을 밝혔다. 반사회적 행동을 한 26명의 인간의 척수액에서도 바조프레신의 대사 산물이 증가돼 있음이 발표됐다.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바조프레신 이외에도 공격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은 분명 더 있을 것이다.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