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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받는 韓美 동맹]과학적으로 본 北핵개발 능력

입력 | 2003-03-05 19:04:00


북한은 정말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핵개발은 어느 정도나 진행됐을까. 의문은 꼬리를 잇지만 북한을 제외한 누구도 실체적 진실은 알지 못한다.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과학적 차원에서 살펴본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최근 재가동한 데 이어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어 몇 개월 안에 이를 이용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영변의 재처리 라인을 하루 8시간씩 200일간 가동할 경우 폐연료봉 4000개 분량(25t)을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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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정책센터 강정민 박사는 “만약 이 라인을 연간 하루 24시간씩 300일간 ‘풀 가동’하면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폐연료봉 8000개(약 50t)를 처리하는 데 133일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경우 북한은 22.5∼27㎏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고, 핵무기 1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은 5㎏ 정도이므로 약 넉달반 만에 핵무기 4, 5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플루토늄이 있다고 해서 당장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폭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의 고폭장치는 우라늄탄의 고폭장치보다 복잡하다.

플루토늄 재처리법은 화학적 방법을 이용한다. 핵연료봉을 잘게 자른 다음 질산을 가해 연료부분을 녹여낸 뒤 이를 다시 인산트리부틸(TBP)이라는 용매에 넣으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TBP 용매로 옮아가고 나머지 핵분열 물질은 대부분 질산용액에 남는다. 그 뒤 화학적인 방법으로 용매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는데 이를 ‘퓨렉스(PUREX)법’이라고 부른다.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북한이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에게 시인한 핵개발은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탐지하기도 어려워 이를 이용한 핵개발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핵분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우라늄을,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플루토늄을 이용했다.

천연우라늄 광석에는 원자핵의 질량이 238인 우라늄238(99.3%)과 그보다 가벼운 우라늄235(0.7%)가 섞여 있다. 이 중 핵무기에 사용하는 우라늄235는 천연우라늄 광석의 우라늄을 농축, 생산한다.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저농축우라늄에는 우라늄235가 3%밖에 없으나 핵무기엔 90% 이상 농축돼 있다.

서울대 서균렬 교수(원자핵공학과)는 “대량생산이나 전력소비면에서 북한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우라늄 농축법은 원심분리법”이라고 말했다.

원심분리법은 우라늄235와 238의 질량차이를 이용한다. 높이 1∼2m, 지름 20∼50㎝ 크기의 알루미늄통에 기체로 만든 우라늄을 넣고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원심력에 의해 무거운 238이 원통의 바깥쪽으로 쏠리고 235는 중간에 모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는 15㎏ 정도의 농축우라늄을 분리해내기 위해선 10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5년간 ‘풀 가동’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에 비해 플루토늄 재처리법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료물질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北核감시 어떻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감시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미국 언론은 미국이 최근 영변의 폐연료봉 보관 건물에 트럭이 드나들고, 재처리 시설에서 흰 연기가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정찰위성의 촬영을 통해 얻은 정보다. 흰 연기는 핵연료를 녹이는 질산용액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보일러나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면서 나오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은 또 지난달 26일 정찰위성을 통해 영변 원자로에서 열이 나오면서 건물 전체의 온도가 미묘하게 상승하는 것을 감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면 냉각탑의 온도가 올라가는데 위성의 적외선 센서는 0.5도 이하의 온도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또 벨라호텔이라는 정찰위성은 대기 중에 방출되는 X선과 γ(감마)선을 탐지, 지상의 핵실험을 감시한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각종 물자도 감시 대상이다. 북한은 그동안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나 그 원료가 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핵심 전자부품인 주파수변환기 등을 들여오거나 수입을 시도했는데 이를 통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찰단의 활동도 중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기 전엔 영변 원자로에 감시용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 이를 통해 동결시설의 봉인 여부를 확인했다. 또한 의심이 가는 곳은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 시설은 200∼300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분할 설치가 가능한 데다 열이 발생하지 않아 감시가 어렵다. 확실한 증거가 되는 우라늄 분진도 반경 수㎞ 이내에서만 레이저로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