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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한방이야기]'명주실 진맥' 그야말로 드라마

입력 | 2003-01-26 17:37:00


간혹 한의학과 관련된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사실과 다른 장면이 나오는 데 이른바 ‘명주실 진맥’이 대표적인 예다.

왕비를 진맥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 어의가 발을 사이에 둔 채 기다란 명주실을 왕비의 손목에 묶고 멀찌감치 떨어져 진맥을 하다가 “활맥이옵니다. 마마, 감축 드리옵니다”하며 기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어디에도 이런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의학입문’이란 책에서 “명주를 여성의 손목에 있는 촌관척에 올려놓고 진맥을 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그렇다 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의원의 손에 이 맥상이 전달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왜 드라마에서 명주실 진맥 장면이 재연되는 것일까. 아마 조선시대의 ‘남녀칠세 부동석’과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를 함부로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유교 이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선시대 명문가 여성들이 이러한 사회적 통념에 의해 치료를 거부하다 숨지는 경우도 확인된다. 그러나 조선시대 의원 백광언 선생의 경우에는 왕비의 질환을 직접 수술을 통해 치료했다는 기록 또한 남아 있다.

드라마처럼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의 잘못된 정보는 국민의 건강상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이 틀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의학상식을 재연할 때는 전문가의 자문과 고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삼정한의원 이승교원장

samz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