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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파인더에 담은 ‘베를린의 속살’

입력 | 2002-12-26 18:12:00

독일작가 크리스티안 폰 슈테펠린의 작품(왼쪽)프랑스 작가 스테판 쿠리튀에가 찍은 베를린의 공사장(가운데). 프랑스 작가 뢱 뵈글러의 강건너 풍경(오른쪽).사진제공 대림미술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이 내년 2월23일까지 여는 사진전 ‘베를린-도시의 변화’를 둘러보면 이 전시는 베를린이라는 특정 도시보다 ‘도시의 변화’ 쪽에 더 무게가 가는 전시라는 것이 느껴진다. 차갑고 번잡한 도시라는 외피를 걷어내고 작가들이 포착한 도시의 세밀한 일상은 굳이 베를린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들이 베를린을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기는 있다. 동독의 수도였고 지금은 통독의 수도인 베를린. 동서장벽이 무너진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이 도시는 지금도 서구에서 가장 왕성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 옛 영화(榮華)와 분단의 상흔, 그 속에서 움트는 희망과 삶의 역동성. 과거 현재 미래가 섞여 있고 파괴와 건설이 혼재하고 있는 베를린에 독일과 프랑스 사진 작가들의 시선이 머문 것은 당연하다.

출품작가는 독일작가 3명과 프랑스 작가 5명. 2000년 통독 10주년 기념전 ‘움직이는 베를린-다양한 전망들’전(싱가포르)과 1997년 ‘베를린-도시의 변화’전(파리)에 출품했던 작품들이 이번에 서울에서 재공개됐다.

공사장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스테판 쿠튀리에(프랑스)는 어수선한 공사 현장을 통해 도시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앵글을 수직으로 고정시키고 원근법을 무시한 채 과감하게 트리밍한 그의 작품들은 사진이 아니라 마치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티안 폰 슈테펠린(독일)은 ‘베를린? 과거의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리즈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베를린을 보여준다. 눈 덮인 수영장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의자 잔해와 쓰레기가 나뒹구는 골목길 서민아파트 등이 그의 앵글에 잡혔다. ‘베롤리나 호텔의 철거작업’ ‘포츠담광장의 건설작업’ 같은 작품들은 우리가 현재 접하는 사물들이 계속 변화를 거듭하는 일시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하여 기록성이 짙은 사진이라는 매체야말로 그 덧없음을 구원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도시의 세밀한 구석구석을 단편적으로 찍은 뒤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모아 붙인 볼프강 벨빈켈(독일)의 ‘나갈 때는 히터를 꺼주세요’는 도시의 차가움과 일상의 낯섦이, 쉬프레 강 연안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강을 따라 계속해서 펼쳐지는 강 건너 풍경을 단편적으로 포착해 시리즈로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