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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암살범 안두희 추적' 권중희씨

입력 | 2002-12-01 17:37:00

백범 암살범인 안두희의 천적 권중희씨. - 원대연기자


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의 암살범 안두희(安斗熙)씨에 대한 집념 어린 추적으로 ‘전투적 민족주의자’로 세인에게 각인된 권중희(權重熙·56)씨. 1987년 안씨에 대한 물리적 ‘응징’을 가했고 92년에는 안씨를 백범 묘소 앞에 참배시킨 뒤 납치해 자백을 끌어낸 일 등으로 그는 두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96년 9월 안씨가 결국 박기서(朴琦緖)씨의 손에 숨을 거두면서 권씨도 서서히 세간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권씨가 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로 경기 양주군 장흥면의 소 우리를 개조해 만든 단칸방에서조차 쫓겨날 처지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겨울이 숨가쁘게 달려온 이 계절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행히 그는 3년여의 소 우리 생활을 접고 6월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의 26평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를 마음속으로 흠모해온 김종환(金鍾煥·48)씨가 노총각으로 홀로 사는 공간을 권씨 부부와 함께 나눠 쓰고 있는 것.

충남 연기에서 농사를 짓다 85년 상경해 지하철공사 역무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90년대 초 민족역사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권씨를 처음 만난 뒤 정기적으로 그의 생활비를 보태왔다.

“농사지을 때는 몰랐는데 도시생활을 하다보니 세상이 너무 썩었더라고요. 그런 불의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주신 일 자체가 너무 고마워서….”

권씨가 딱한 처지가 된 것은 생계를 도맡아 꾸려온 부인이 97년 다단계 금융사기단에 걸려들었기 때문. 두 칸짜리 옥탑방은 물론 친척들의 재산까지 축내고 졸지에 월 26만원을 받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했다.

“내가 목석 같으니까 이리 뻔뻔하게 버티고 있지….”

말없이 미소만 짓는 김씨에게 면목이 없다며 가늘게 잦아들던 권씨의 목소리는 그러나 백범 암살의 배후문제로 들어가자 다시 파르르 떨렸다.

“사람들은 안두희의 죽음으로 제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에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백범 암살의 배후를 밝혀내야 비로소 우리 민족의 정기가 바로 설 수 있어요.”

그는 백범 암살의 배후에 이승만 정권과 미국의 결탁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국 정부문서보관소에서 그 증거를 찾아내도록 도와줄 후원자를 찾고 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