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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家 10·26과 '기이한 인연'…작년사망 모친기일과 겹쳐

입력 | 2002-10-25 19:17:00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23주년을 맞은 올해 10·26은 시해범 김재규(金載圭) 전 중앙정보부장 유가족에게는 특별한 날이 되고 말았다.

큰형인 김재규씨보다 스물다섯살 어린 막내동생 영규(英圭·52·육군 대령)씨는 26일 오전 홀로 강원도 태백산에 있는 현불사(見佛寺)를 찾을 예정이다. 현불사는 지난해 11월6일(음력 9월21일) 98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 권유금(權有金)씨의 위패를 모셔 놓은 곳이다. 유가족이 올해 어머니 제삿날을 따져 보니 음력 9월21일은 다름 아닌 10월26일이었다.

“특별한 감회는 없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형님에 관한 특별한 유언도 없으셨습니다. 살아 계실 때 형님의 효심이 깊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긴 했는데….”

누님과 여동생 5명이 있지만 ‘출가외인’인 탓에 제사에 참석할 형편은 되지 않는다는 게 영규씨의 말. 건설업에 종사하던 김재규씨의 둘째동생 항규(恒圭)씨도 98년 지병인 당뇨병 때문에 사망했다. 어머니의 제사를 모실 사람은 현재 영규씨밖에 없다.

영규씨는 육사를 졸업한 뒤 중위 복무 시절이었던 79년 10·26을 겪었다. 그는 그동안 기독교와 불교 서적 등을 독파하며 나름대로 마음을 가다듬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현역군인’의 신분임을 내세워 한사코 더 이상의 인터뷰를 사양한 영규씨는 “모든 게 사필귀정이다. 형님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가족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나는 군인의 법도에 맞게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부장의 부인 김영희(金英姬·73)씨는 10·26 이후 계속 살았던 서울 성북구 보문동 집을 팔고 분당으로 이사를 간 뒤 조용히 칩거하고 있다. 또 그동안 미국 유학생활을 계속했던 김 전 부장의 외동딸 수영(壽英·49)씨는 3년 전 귀국해 남편인 전홍건(全弘健·52) 김포대학 학장과 함께 서울 연희동에 살고 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