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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옛 여인들의 멋과 지혜’ 펴낸 이성미교수

입력 | 2002-10-11 17:47:00


옛 여인들의 생활모습은 어떠했을까. 가마를 타거나 장옷을 입은 채로 얼굴을 꼭꼭 가려야만 집 밖을 나설 수 있었던 사극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예전 우리네 여인들의 생활은 다분히 제한적이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들의 사회 생활이 억압받았던 것은 조선조 이후.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여성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조선조의 여인들 역시 신사임당, 허난설헌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종속적인 환경에서도 그들만의 멋스러움을 추구하며 다양한 문화 생활을 영위했다.

한국 정신문화연구원 이성미 교수(63)는 ‘우리 옛 여인들의 멋과 지혜’에서 이런 우리네 옛 여인들의 삶과 멋을 소개한다. 주된 관심사는 역시 그의 전공인 미술사. 옛 그림과 문헌은 물론, 각종 수예품, 공예품 들을 통해 옛날을 살았던 여성들의 모습을 현재로 옮겼다.

“92년 미국에서 우리 옷 전시회를 주관했죠. 외국인들이 ‘독특한 멋이 우러난다. 이런 옷을 입은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며 감탄하더군요. 이를 계기로 과거 한국 여인의 생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교수는 5월 이미 영문으로 ‘Fragrance, Elegance and Virtue:Korean Women in Traditional Arts and Humanities’(대원사)를 출간했다. 같은 주제의 영어판을 우리말로 재집필한 셈이지만, “한국 사람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려주는 것은 외국인에게 그것을 소개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 자료를 보충해 새로 쓰다시피 했다.

이전에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옛날 여인들의 화장법, 수와 바느질을 통해 본 그들의 예술 감각을 다룬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끈다. 비록 이름은 남기지 못했어도 그네들의 정과 멋을 오늘에 고스란히 물려준 옛 여인들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이름을 찾을 수 없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내용의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신사임당, 허난설헌, 임윤지당, 이빙허각 등 조선 시대 여류 화가들과 문인, 학자들의 이야기를 굳이 넣은 것은 이유가 있어요. 시대 환경을 딛고 ‘재주’를 펼쳐보였던 옛 여인들에서 현대 여성이 배워야 할 점이 많지요.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일상을 넘어선 목표가 있는 여성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