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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장형덕/˝담배는 날개 위에서만 피우세요˝

입력 | 2002-10-04 18:33:00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야외로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일행과 함께 가끔 들르는 식당이 있다. 광릉수목원을 지나 의정부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되는데 다른 음식점들의 말끔한 모습과 달리 시골 장터에 있음직한 수수한 외양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이 식당엘 들어서면 손님으로서 으레 기대하는 사근사근한 서비스는 고사하고, 가끔은 질펀한 주인의 욕지거리도 감수해야 한다.

오죽하면 상호가 ‘욕쟁이 할머니집’일까. 그래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원래 그리 넓지 않은 가게인 탓도 있지만 주인 할머니의 손맛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식당을 단골로 자처하고 가끔 찾는 진짜 이유는 주인 할머니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 때문인 듯싶다.

예를 들어 반주가 조금 과할라치면 “그러다 속 버려, 이놈아!”라는 주인 할머니의 불호령이 득달같이 뒤따른다. 투박한 욕설에는 고향집 어머니 같은 푸근함이 잔뜩 묻어있다. 백화점 같은 데서 90도 가까운 정중한 인사를 받을 때도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다.

그래서 대부분 단골인 손님들은 욕을 먹어도 성내기보다 웃음이 먼저 나오기 마련이다.

‘고객 체험의 경제학’의 저자 조지프 파인은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만족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저 그런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체험으로 승화시키라고 한다.

정형화된 틀을 깨고 참신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공한 예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SWA)이 자주 회자된다.

최근에도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 항공사를 이용하면 “기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실 수 없습니다” 대신 “담배는 날개 위에서만 피우실 수 있습니다”라는 유머러스한 멘트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유머를 통한 인간적인 따스함이 고객에게 비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국 항공사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본인이 몸담았던 서울은행에서도 한 청원경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변함 없는 친절과 성실함으로 은행업무뿐 아니라 고객의 회갑연 등에 사회를 볼 정도로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쌓아갔다.

그 결과 전담고객이 1000여명에 이르고, 그를 통한 예금만도 280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고객들이 나서서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나지 않도록 건의를 하기도 하여 더욱 화제가 됐다.본인이 사장에 취임하면서 우리 사원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한 것 역시 바로 서비스였다. 그리고 ‘빠르고, 특별한, 마음을 움직이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줄 것을 당부했다.

고객의 니즈(Needs)보다 반 걸음 앞서 제공하는 빠른 서비스, 우리 고객이 왜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차별화된 서비스, 고객 사랑 실천의 강한 열정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서비스가 있어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 드라마로 소개되기도 한 소설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은 “장사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 했다. 이제 상도의 시대에서 마케팅의 시대로 변했지만 그 기본 정신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진열장에 놓인 ‘고객만족경영 대상’ ‘서비스품질지수 1위 기업’ 등 우리 회사가 지난해 수상한 상패들을 보며, 문득 욕쟁이 할머니의 정감 있는 목소리가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장형덕 교보생명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