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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선생 死因 못밝혀

입력 | 2002-09-16 22:02:00


유신정권 시절 대표적 의문사로 꼽히는 장준하(張俊河) 선생 실족사 사건에 대한 진상이 끝내 밝혀지지 못하고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6일 “장준하 선생 사건을 조사한 결과 사인을 밝힐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한상범 위원장은 “국가정보원이 사망 당일까지 장준하 선생을 밀착감시하면서 동향을 기록한 자료를 입수했지만 사망 전날과 당일 기록만 빠져 있어 더 이상 진상에 접근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유신독재에 항거해 ‘재야의 대통령’으로 국민의 신망을 얻었던 장 선생은 1975년 8월17일 경기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의문의 실족사를 한 변시체로 발견된 이후 ‘정적 제거 차원의 암살’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진상규명위가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내렸지만 앞으로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진상규명위가 조사 활동을 재개하거나 이와 유사한 국가 기관이 출범할 경우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조사할 수는 있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각각 광주시 청옥동 저수지와 전남 여수시 거문도 해변에서 ‘의혹의 익사체’로 발견된 이철규(당시 24세·조선대 교지편집장) 사건과 이내창(당시 27세·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내렸다.

진상규명위는 조사활동 마지막 날인 이날 그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한 37건 중 장준하 사건 등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12건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으며, 1981년 삼청교육대 피해자 전정배씨(당시 29세) 사망사건 등 9건을 ‘의문사’로 인정했다. 진상규명위는 전씨는 삼청교육대의 불법성에 저항하다 숨진 사실을 밝혀내고 민주화 운동과의 관련성을 인정했다.이로써 진상규명위는 전체 82건 중 최종길, 김준배 사건 등 19건에 대해 민주화 운동 관련 의문사로 결정했고 30건은 진상규명 불능, 33건은 기각 판정을 내리고 1년9개월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