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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컴쇼크 한국경제에 직격탄…연말 1달러〓1000원 전망도

입력 | 2002-06-27 18:29:00


미국 대형 통신회사 월드컴의 회계부정 ‘쇼크’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경로는 크게 주가와 환율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월드컴이 회계부정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26일 한국의 증시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54.05포인트나 떨어져 연중 최저치인 701.87을 기록한 것.

한화투신운용의 홍춘욱 시황팀장은 “미국 2위의 통신서비스업체가 회계부정을 저질러야 할 정도로 미국 통신시장의 경쟁은 치열하고 수익성도 낮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통신관련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대형 통신주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의 이덕청 금융시장 팀장은 특히 “미국 통신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한국의 정보기술(IT) 관련 장비나 부품의 대미 수출이 상당히 줄어들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월드컴 회계부정이 세계 경제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보다 미국 기업과 나아가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 유럽 등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한 발 물러나고 이는 달러화 약세로 직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26일 1203.9원으로 폭락해 한국의 수출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홍춘욱 팀장은 “환율 하락 추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연말에 원화환율이 달러당 1000원선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원화의 적정환율을 1200∼1250원 수준으로 잡고 있다.

이러한 환율 불안은 기업들의 장기적인 사업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의 김경엽 선임연구위원은 “급작스러운 달러화 약세는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준다”며 “환율 불안으로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등 경영 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으로 미국 금융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든다는 다소 낙관적인 기대도 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증시와 경제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